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Jul 07. 2022

초등학교에서 독서교육을 240분 하고 왔다(강의 후기)

독서교육보다는 '책 읽기 놀이'라는 말이 적확하겠다.

글쓰기 강사 이동영 초등학교 독서교육

군산에서 강의를 했다. 내 9년 차 강사 이력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강원부터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제주까지 전국을 두루 섭렵했는데. 막상 고향 군산에선 날 왜 안 부를까 하던 참에 특강 요청이 들어와서 수강료 불문하고 수락했다.


내용은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이틀에 걸쳐 두 교시(80분)씩 독서교육진행하는 거다.


오늘은 3학년, 4학년, 6학년.

내일은 1학년, 2학년, 5학년.

글쓰기 강사 이동영 초등학교 독서교육

전교생이라고 하면 우리 세대는 최소 한 학급에 40명씩 6반~8반, 많게는 12반까지도 있었기에 학생 수가 엄청난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다. 근데 지금은 한 반에 20명도 안 되고 학년당 한 학급(1반)이 전부다. 평균이 15명 정도? 솔직히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내가 초등학생 대상 강의가 처음은 아니지만 학교가 아닌 도서관에서 거의 진행했었다. 주로 성인 대상으로 출강 이력이 많다 보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좋아할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활동적'으로 해달라는 학교 측 요청도 내심 압박이 있었다. 그 걱정을 어머니가 덜어주었다.


수업은 아침 9시 시작이었는데, 나오는 길에 어머니가 차로 태워다 주셨다. 버스를 타면 집과 학교 거리가 끝과 끝이라서, 1시간은 족히 잡아야 하는 거리. 어머니 덕에 여유 있게 준비해서 30분 일찍 도착했다.

요즘 내가 지친 기색을 내비치니 가는 내내 진짜 힘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넌 대단하다. 이미 잘해왔다. 할 수 있다. 지금의 너를 믿으면 된다 등등.. 확신에 차서 응원을 해주시는데 살짝 벅차오를 뻔했다.


가 얻을 반응을 신경 쓰지 말아라. 일희일비도 말아라. 네가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에 써놓았듯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강의를 '지금껏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하면' .


어머니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글쓰기 강사 이동영 초등학교 독서교육

 이뤄졌다. 80분 수업이 다 끝났는데 울리는 종소리를 뒤로 하고서 전 학년 아이들이 하나같이 "선생님 가지 마요! 더해요~"하고 붙잡는 게 아닌가. 다음 시간에도 이어서 하면 안 되냐면서 말이다. 일일강사에겐 가히 최고의 찬사였다.(어떤 아이는 절까지 했다)

●모둠별 독서활동으로 진행(노하우 공개)
- 주변 사물로 릴레이 소설(이야기) 만들기
- 활동지 질문에 직접 골라온 책 속 문장으로 답하기(질문자가 점수 매기기)
- 골라온 책들 모아서 제목에 있는 낱말들로 다 같이 책 제목을 새로 만들고 각자 상상 이야기 짓기
- 같은 주제로 1인당 한 줄 문장 쓰기+합쳐서 시 한 편으로 발표하기(마이쮸 상품)
글쓰기 강사 이동영 초등학교 독서교육

나는 "지금부터 책을 읽어보세요. 독서 시이작!"이 아니라, 책으로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결국 읽게 되는 독서교육을 택했다.

((초등 독서교육 관련 책 7~8권과 EBS Culture(EBS교양) 유튜브에 올라온 <미래교육 플러스>라는 영상 시리즈를 참고했고, 강원 오안초 최고봉 교사의 독서 놀이 툴도 차용했다.))


아까 아이들과 한 대화 중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글 써야지 했는데 푹 빠져서 같이 노느라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 한 가지 떠올랐다. 나더러 동안 같단다. 몇 살처럼 보이는데?' 했더니 스물한 살 같단다. 역시 아이들은 순수해서 거짓말을 잘한다.)


그래도 좋은 날이다. 해냈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