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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ug 09. 2022

관계는 의심을 지워가는 과정이다(이동영)

관계의 기술이 아닌 '기본'에 대하여

글_이동영

확신까진 아니라도, 합리적 의심을 거두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게 건전한 관계 맺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은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모임과 강의를 10년 가까이하고 있는 게 용하다. 물론 편법이 있었다. 뒤풀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던 것.


만약 독서모임을 10회 주최·주관하여 진행했다면 그중 내가 뒤풀이에 참여한 횟수는 평균 두 손가락에 꼽혔다. 그마저도 엄청난 에너지와 용기(마음 비움+내려놓음의 태도)가 필요했다.


관계 맺음의 요령이 부족했던 탓이다. 의심을 관심으로 해석하는 데 서툴렀다. 누군가를 합리적으로 의심한다면 반대로 나 역시 의심받으며 평가받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도적이거나 대놓고 예의 없는 타입은 걸러도 좋다. 답이 없으니. 대신 자연스러운 의심은 서로를 더 가깝게  지 판단하는 근거 낳는다. 의심의 포장인 질문을 했을 때, 상대를 향한 관심과 공감, 내게 올 미래의 이익이 '없다'라고 무의식으로라도 느끼면 얼마 못 가 뚝 끊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으며 살아왔다. 나를 챙기기에도 바쁜 날들을 지내왔으니까. 그래서인지 특별히 관계 맺기가 어렵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는데 좀 어려워할 필요가 있겠다고는 최근 들어 깨닫게 된 것이다. 필요성.

사람에 디이고 치이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건만, 감정을 배제하고서 상대의 입장에서 심중히 분석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 인생이 잘 흘러왔는데 유혹이 많다는 불혹을 앞두자니 내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들에 더 여유 있는 관계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행복은 인맥순이 아니지만 인맥은 행복순 같다. 많은 인맥을 말하는 게 아니라 공허한 마음에 허우적 댈 때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걸 난 인맥이라 부르기로 했다.

내 사전의 '인맥': 내 무지의 공허함(정보력)·물질적 공허함(경제력)·정서의 공허함(사람 연결)을 서로 채울 수 있도록 도움 주고받는 인간 네트워킹의 총칭.

행복한 사람일수록 관계를 여유롭게 맺고 유지한다. 소수의 인맥이라도 진하게.

난 그동안 의심받고 평가받기보단 인정받고 사랑받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아니 사랑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사랑을 느끼려고만 했다. 관계에선 늘 내가 중심이었다. 상대의 필요나 기대를 알고 기꺼운 마음으로 도움이 되었을 때 상대의 마음이 열린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고 살았다. 대상보다 내 감정을 더 사랑했었다.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건 의심받고 평가받기 마련이다. 내 감정보다 우선순위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하는 노력이 부족하면 돌아오는 건 뻔한 결과인데. 난 그걸 '상처'라고만 애꿎게 규정해버리고 만 것이다. 감정의 굴레에서 맴돌고만 있었던 나를 반성하게 됐다.

관계에 무슨 정답이 있을까. 하지만 기본은 있다. 서로의 가치관과 호불호를 파악해가면서 관계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건 현란한 기술이 아니라 기본 개념 정의와 태도에 달려있다. 이때, 성숙한 자아는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는다.


상처를 허락하기 전에 의심과 평가를 허락하겠다 생각하고 (시간과 감정을 투자할) 그에 합당한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노력하는 것. '관계의 기본'이 아닐까.



글쓴이 이동영 작가는..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저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이동영글쓰기교육그룹> 대표, 글쓰기 강사

https://linktr.ee/leedongyoung

   Lhh2025@naver.com(강연·방송·출판 문의)

   010-8687-3335(문자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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