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Mar 25. 2023

벚꽃엔딩(with coffee shop)

이동영 작가 인스타그램 @dong02insta 손바닥 소설

사람이 붐비는 대학교 앞 스 카페. 과잠을 입은 긴 생머리의 여학생이 수줍게 다가와 내게 물었다.

"혹시.. 혼자 세요?"
"네? 네.."


미소 짓는 그녀와 어리둥절한 내 눈이 마주쳤다. 스치듯 진한 머스크 샴푸향이 났다.

그 찰나, 내 맞은편 의자에 놓인 가방을 가리키는 그녀의 하얗고 긴 손가락을 포착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아, 가방.. 비, 비켜드릴게요."


"어머, 감사합니다!"하고 눈웃음을 싱긋 지으며 긴 생머리를 찰랑이는 그녀.

나는 순간 '의자를 직접 빼줄 걸 그랬나'하고 생각했지만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녀가 그 의자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장면이 바뀌었다. 우리는 깍지 손을 잡고 석촌호수공원에서 벚꽃구경을 하고 있었다.


봄바람은 올해 들어 가장 따스했고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는 아름다웠다. 분홍꽃잎이 그녀의 콧등에 떨어진 걸 보고 우리는 동시에 까르르 웃어댔다.

'끼  익'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내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의자를 번쩍 들고서, 그대로 의자가 하나뿐이던 옆테이블로 간 것이다. 남자친구로 보이는 같은 과잠을 입은 작자가 음료를 들고 막 2층으로 올라오는 게 보였다.

"어? 의자 있었네."
"어. 혼자 있는 사람 거 가져왔어."

남자는 그녀의 긴 생머리를 쓰다듬었고 여자는 딸기 디저트 빨리 먹자며 재촉했다. 그 의자에 앉아서.


나는 민망해진 손 그대로 가방을 품에 꼬옥 안은 채 한참을 고개 숙여 있었다. 울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띠바...

-


P.S: 장범준의 벚꽃엔딩은 요맘때 쯤 학교 축제를 갔다가 솔로인 자신을 한탄하며 옛 연인을 그리워하다 그만 "벚꽃 다 떨어져서 끝나버려라" 하는 저주에 처음 지어진 제목이었다. 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서 직접 말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다. 가사를 잘 보면 그 심정을 알 수 있다.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오 또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원문 인스타그램 보러 가기

https://instagram.com/dong02insta?igshid=ZDdkNTZiNT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