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배우는' 일에 대하여

10년 차 글쓰기 강사로서 '배우는' 수강생을 생각해 본다.

by 이동영 글쓰기 쌤

공부하면 우린 '시험공부'를 흔히 떠올린다. 장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공부라는 뉘앙스에서 이미 피곤이 잔뜩 밀려온다. 포기했던 '과목'이 떠오르고, 등수나 학력이라는 성과가 떠오른다. 자동으로 누군가와 비교도 한다. 우리는 공부를 잘못 공부했다. 이걸 구분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는 '배움'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배움은 그 성과가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전적 정의로만 보아도 지식을 얻고 기술을 익히고 태도를 본받아 따르는 것이 '배움'이다. 누군가는 강의를 들으러 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극을 받기에 그것도 배움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난 동의할 수 다. 기분만 내려고 수강하러 가는 건 시간낭비가 맞다. 시간을 채워서 자격증을 받는 게 아니라면(이것도 별로이긴 하지만) 차라리 다른 걸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인생의 선택은 자유이지만, 배움을 배제하고 기분 내려고만 한다면 내 강의에선 부디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작가(강사)

글쓰기 강의에 오는 사람들. 안타깝게도 자기 돈을 내고 듣는 사람들과 무료로 듣는 사람들은 태도가 나뉜다. 만약 10명이 돈을 내고 듣는다면, 8명은 동기부여가 확실한 편이다. 최소한 본전 이상을 뽑겠다는 의지가 강사의 눈에도 보인다. 인생을 바꾸는 강의를 들으려거든 유료로 듣는 편이 더 좋을 확률이 높다. 내가 강사로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하는 소리도 일견 맞지만. 궁극적으로 뭔가를 얻기 위해(본전을 뽑기 위해) 적극적인 사람들이 유료 강의에 더 많이 오니 분위기 형성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도 있다. 무료 강의라고 해도 내가 볼 때 10명 중 3~4명 정도는 유료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도 많이 하고 성장을 목표로 집중한다. 돈(수강료)은 지불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강의장까지 움직인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고 스스로 의미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걸 소중하게 비중을 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유료강의에 온 수강생과 배우려는 태도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다. 가치관의 차이일 테다.

다시 이 글의 본질적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글쓰기 강의를 수강하면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걸까? 글쎄. 글쓰기의 태도를 배운다거나 글쓰기의 방향성을 사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도로 갈음하고 싶다. 강의에서의 배움이 '글쓰기' 자체에 있지 않다는 말이다.


더 쉬운 이해를 위해 다음 [부읽남]이라는 유튜버의 말을 인용(요약)한다.

부자 되고 싶다고 말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은 멘토가 없어서 부자가 되지 못한 게 아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고생하지 않고 돈만 쓰고 싶다는 거다. 진정 부자가 되고 싶다면 멘토가 없어도 책부터 보고 마인드셋을 해도 충분하다. 근데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만 하는 사람들은 답을 찍어달라고만 한다. 주식은 종목을 찍어달라고 하고, 부동산은 뭐 사야 돼요?라고 묻는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부자가 되면 서로에게 좋지 않고 세상에도 좋을 게 없다. 정신 차리고 책부터 읽기를 바란다.

위 [부읽남]의 일갈은 숏폼 영상으로 우연히 들은 말이지만, 지금 말하려는 '배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떤 것에 대입해도 말이 된다.


특히 글쓰기 강의도 그렇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나만의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책을 죽기 전에 자기 이름으로 내고 싶다고 '말만 하는' 사람들이 강의에 꽤 찾아온다. 가난한 사람들의 공통된 심보다. 듣고 싶은 말을 내 들을 때까지 전국 점집 순회를 다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내 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그들에게 아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정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혹은 책을 내고 싶다면
글을 당장 쓰기 시작하면 된다.


자꾸 빨리 잘 쓰는 방법을 알려달라 하지만 그딴 건 없다. 본격적으로 글 쓴 지 10년의 세월이 흐른 나 역시도 글 쓰는 일이 제일 어렵고 매번 부족함을 인지한다. 챗GPT 같은 도구에 의존한다거나 단기간 고가의 책쓰기 아카데미 수강 등 여타 방법은 있다. 있어도 그렇게 텅 빈 작가가 되어서 무얼 하겠는가?기본기 없는 글은 금세 바닥이 드러나고 세상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자신이 타고난 게 아니라면 아니, 타고났어도 꾸준히 쓰고 자꾸 깨지고 고치고 해 봐야 익힌다. 글쓰기 역량이 향상되는 기제는 아무리 최첨단 시대가 되어도 직접 쓰고 깨우치는 게 진리다. 이 세상 모든 게 마찬가지다. 깨치고 나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배움'이다.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작가

세상에 거저 얻는 게 뭐가 있겠는가? 뭘 자꾸 정답이 있는 듯 콕 찍어달라고만 하는 심보. 그렇게 해서 꿈을 이룬 들 그건 얼마나 빈약할지, 지속 가능하지 않을지, 내 것이 아닌 것일지 생각을 더 깊게 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지 않고 쉬운 길만 강구한다면 계속 맴돌고 정체하거나 그냥 그대로 망해버릴 게 뻔하다. 뭐 돈과 운이 있으면 어떻게든 여차저차 풀리기도 하지만, 문제는.. 돈이 없지 않은가? 돈이 있었다면 무료 강의에 와서 기분만 내고 가진 않겠지.


오히려 일대일로 비싼 코칭을 받는 수강생들은 높은 확률로 이런 말을 한다.


"저는 당장 성과를 내고 싶다는 게 아니에요. 장기적으로 보고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어요. 내 기술을 습득하고 싶어요."


꼭 짜고 말하는 것처럼 서로 모르는 각자가 일대일 코칭을 받는데도 하나같이 말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 나 역시도 어떤 비전공 분야에서는 이와 반대로 행동할 것이다. 빠른 방법을 고수로부터 얻고 싶고, 더 효율적으로 배우고 싶으니까. 어리석은 지름길을 강구한다. 멀리 내다보면 돈과 시간을 가장 빠르게 버리는 길이다.


효율적으로 터득하는 법이 없진 않다. 근데 그걸 구사하려면 기초가 쌓여야만 한다. 체력도 근육도 어느 정도 쌓여야 제대로 된 기술을 구사하는 법이다.

나는 현재 교육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석사과정으로 전공하고 있다. 간사한 인간이, 도무지 쉽게 바뀌지 않을 인간이, '교육'으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게 '평생교육'이란 학계가 전제하는 믿음이다. 그래서 어려운 학문이다. 나는 강사인데도 사람을 바꾸는 데에 한계와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라 그렇다. 내적동기의 근본적 변화가 아니면 그 어떤 외부의 자극도 배움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평생교육 관점에서 '배움'한자로 치면 '학습'이고, 교육학용어로 하면 '평생학습'이다. 내가 겨우 석사과정을 밟고 있지만, 이러한 글쓰기 강의 현장에서 체득한 고민을 학술적으로 잘 연계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이유. 배움에 자신의 돈을 내지 않고도 내적동기를 활성화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높이고 싶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의 섭외 문의: Lhh2025@naver.com

(문자환영)010-868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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