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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Nov 08. 2023

글쓰기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이건 조져야 한다

강의 끝나고 바로 써먹는
글쓰기 특강


임팩트를 주기 위해 내가 줄곧 밀고 있는 글쓰기 특강의 제목이다. 근데 문제가 좀 생겼다. 사연인즉슨, 본래 외부기관에서 나를 섭외하면 일정이 확정된 특강을 앞두고 포스터로 수강생 모집 공지를 으레 올린다.


요즘 내가 다른 강의가 너무 많아서 신경을 못 썼더니 포스터 공지 전 강사와 조율(컨펌 과정)요청하지 않았고, 담당자도 나를 의식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포스터를 첨부한 모집 공지를 올려버렸던 거다. 내가 메일로 포스터를 공유해 달라고 했을 땐, 이미 수강신청자가 대기자 명단까지 꽉 차 있을 정도였다. 포스터 변 타이밍 늦었다는 말이다.


이 글을 올리는 기준으로 내일모레 줌 온라인 강의인데, 그 수강생 모집 포스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강의 끝나고 바로 써먹는 글쓰기 특강>

'책 읽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
'첫 문장만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사람'
'결국, 첫 문장도 못 써본 사람' 등등
강의 끝나면
해결됩니다:D
내가 한 말 아님.... 하필 내 이름이 저기에 있어 왜!!!!

아뿔싸, 이건 아니지. 이미 포스터를 변경할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 해당 기관의 오프라인에는 이미 붙어있을 포스터이고, 기안이 내가 모르는 사이 올라가 이미 확정이 된 포스터였기 때문이다. 하, 그냥 강의 시작하고 나서 '조져야겠다'.

(국어사전: 조지다 동사 일이나 말이 허술하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하다.)


확실히 조지고 넘어갈 문제다.

글쓰기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강의 끝나면 해결-된다니. 무슨 수로? 900여 회 강의를 하는 중에 만난 수천 명의 수강생이 아무리 내 강의에 감화를 받았대도 '해소'도 아니고 '해결'????


방법론적인 것으로 접근해도 내가 정답, 진리를 설파하는 것도 아닌데 '강의 듣고 해결'?????

강의 끝나고 바로 써먹을 것들은 꾸준히 10년 넘게 나처럼 글쓰기를 습관으로 해서 인풋과 아웃풋을 몸에 완전히 배게 한 다음, 치열한 퇴고(글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를 거쳐 과감히 피드백을 받는 것일 터인데, 그게 2시간짜리 4회분 강의 수강이 끝나기만 해도 해결이 된다는 말로 퉁칠 그런 가벼운 일이 아니기에.... 나는 식겁하고야 말았다.


물론 수강생을 모집하는 담당자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저런 훅을 날려야 대기자 명단까지 꽉 차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센스가 있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아 그러나!! 강사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러면 곤란하다. 특강은 강사인 내 이름을 걸고 하는데,  10년 차 900여 회 프로페셔널한 이력을 걸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 담당자 이름은 포스터 온데간데 없는데.


그래서 글쓰기 특강을 시작하자마자 이 지점을 확실히 조져야겠다(말이 허술하게 되지 않도록 단속해야겠다) 결심한 것이다.

사건의 미결로 완전한 사랑을 이상으로 이룬 영화 결말과는 전혀 무관함.

..글쓰기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그 아무것도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 조질 결심

(1)번이 아니라 (2)번으로 쓴 겁니다. 오해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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