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상황을 보고. 내 나름의 '해석의 철학'을 갖는 게 인생의 방향타(운전대)더라고요. 주체성과 통찰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었어요. 세상에서, 주변에서 말하는 대로 내가 겪은 상황에 대해 풀이하면 인생이 힘들어져요. 견디고 버티기 버거워요. 내 일상의 평화를 지키려는 최선의 노력을 방해받게 됩니다. 내가 규정하고 내가 달리볼 줄 아는 오직 나만의 풀이가 우선되어야 하더라고요. 그게 철학이었더라고요. 철학자들의 이론을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만이 철학이 아니라.
저는 자기 인생(or 분야)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이 해석을 중심으로, 잘 정립한 철학을 기반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흔들리지 않게.
저 역시도 완벽하진 못해요.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적으로 예민한 지점도 있고요. 흔들리는 일 투성이죠. 여전히 성장 중인 어른이에요. 그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강연을 듣고서, 또 좋은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다가 이런 결론을 얻었어요.
"해석이 삶이다. 사건은 지나간다."
다른 말로 하면 '독립한 자아'가 아닐까.
내 삶, 내 존재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사건 따윈 없다. 해석의 차이가 깊이의 차이다. 학력이나 자격증, 대기업 이력, 인맥 커뮤니티, 나이나 직책, 공유한 콘텐츠, 작품, 수상이력, 쌓아둔 부와 같은 커리어가 자기 욕망을 실현하는데 사회에서 어떤 시기나 순간에 작용하면 목표 달성에 유리할 수야 있겠죠. 그렇지만 결국 나를 잘 살게 하는 건 자기만의 올곧은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적과 시기를 헤쳐가는 목표는 도달 지점을 넘어서 차원과 수준이 다를 테니까요.
이제 어려운 일이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상황에 닥치면 다음번의 더 높은 단계나 큰 차원의 기회를 잡을 연습과 준비의 때라고 여깁니다. 그렇게 해석하고 나니까 매번 알 수 없는 위기와 엿 같은 상황들이 되레 어떤 면에서는 흥미진진하게 보이더라고요. 자신만의 해석이 있다면 피치 못할 사건은 날 성숙하게 완성형 인간으로 만들어 줄 양식이 되어 남을 거예요. 저는 믿습니다. 내일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어요.
새해라고 뭐 다르겠어요? 사건은 일어나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고요. 그리고 어김없이 지나갑니다. 그중 대부분은 좋은 것만 남긴 채 흐릿해질 거예요.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누구나 자신에게만 특수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이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고 정체하거나 사라지는 사람의 차이가 있죠.
자기 나름대로 어떻게 해석하느냐.
지금은 커리어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결국 내 해석이 삶을 지속하게 해 줍니다. 자연스레 방법이 보입니다. 새해를 앞둔 지금, 이젠 커리어를 넘어서 나름대로 해석하는 나만의 철학을 쌓아야 할 때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