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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04. 2024

타로 연애운보다 '재회운'을 더 많이 보는 이유?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반쪽타로 메이비 타로상담 선생님과 대화

저는 '반쪽타로 메이비'라는 브랜딩으로 타로점을 봐주는 타로 마스터 선생님과 친분이 있는데요. 이 글은 순수하게 그분과 전화통화 중 오고 간 대화 속에서 나온 글입니다.(타로상담과 별개로 글쓰기 영감을 주신 덕을 보아서 하는 자발적 포스팅임을 밝힙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타로상담 비율이 가장 많았던 주제는 '애정운' '연애운'이었다고 한다. 근데 지금은 몇 년 사이에 '재회운' 타로상담을 가장 많이 신청한다. 큰 카테고리에서 보면 지금 말할 '재회운'도 그 안에 있는 소주제이지만, 구별을 해서 말하는 이유가 있다.


애정운이나 연애운은 지금 새로 만나려는 사람 혹은 만나고 있는 사람과 관계를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룬다. 반면 재회운은 이별을 한 사이나 이별을 앞둔 상황에서(혹은 썸녀썸남, 짝녀짝남 등)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핵심다.


여기에는 '답정너 심리'도 한몫한다. 상담은 대개 듣고 싶은 긍정적 방향의 말이 내재해 있는 상태에서 고민을 털어놓기 마련이니까.


요즘 심심치 않게 조회수가 급상승하는 유튜브 영상 중에는 '이걸 보는 98%가 재회에 성공했습니다'와 같은 느낌의 영상이 꽤 많다.


무슨 긍정의 파동 에너지가 나오는 음악소리라든지 자존감을 올려주는 반복 문장이 뜨는 영상인데 누가 이걸 보겠어? 하겠지만(그게 과거의 나였다는 건 안 비밀) 그/그녀에게 불현듯 연락이 끊긴 사람들에겐 무시 못할 희망이 된다.

 이걸 보기만 해도 혹은 '틀어놓고 잠들기만 해도'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온다는 콘셉트의 영상은 이제 흔해졌다. 그 아래 달린 댓글에는 '저 정말로 3시간 듣고 연락받았어요!'와 같은 황당무계+짠~해보이는 문장이 수두룩한데, 대댓글이 가관이다.

기 받아 갑니다

'기운'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주파수 파동에너지가 끌어당김의 법칙 어쩌고~를 만드는 건데 이건 믿음에서 발현하는 노력과 집중 때문이라도 난 확률을 높인다는 데 한 표를 던져본다.


한 걸음만 떨어져 지켜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겠지만, 왜 이렇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재회운'에 집착하게 된 걸까? 하고 생각해 보던 참에 재회운 연애운 전문 타로 상담 마스터 반쪽타로 메이비 선생님도 같은 물음을 던져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사회적 고찰로 얕고 넓게 들어가 보면 내담자들이 재회운보다 훨씬 많이 연애운/애정운을 타로상담으로 요청해 오던 그때 그 시절은 소위 '먹고 살만 했다' 전제가 있었다. 사실 풍족한 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전철만 타도 커플이 절반 이상이다. 근데 뭐가 문제냐?


전보다 훨씬 뉴스 헤드라인으로 데이트폭력 이상의 범죄들이 이슈화되는 시대. 이는 거의 전 국민 트라우마 정도로 남았다. 정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줬지만 이제는 남이 되어 떠나갔다는 이유로.. 얄미운 사람에서 그치지 않고 한순간 극단적으로 돌변해 범죄를 저지르는 극소수 인간 이하의 범죄자들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진짜 극소수겠지만, 돌변하지 않을 멀쩡한 사람을 만나야만 한다는 일말의 우려와 경계심이 젊은 사람들 무의식엔 자리하게 되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나를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를 알아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재회를 선택한다는 거다. 연애도 경제적으로 추구하는 요즘 세태가 반영된 것이 재회운 상담이 급상승한 걸로 분석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 코로나 시절 로맨스를 주제로 한 드라마 주제도 사내연애가 주를 이뤘는데 이런 시대상과 맞닿아 있지 않았을까.


새삼스레 수년째 남사친 여사친 논란이 유튜브에서도 유행이 되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짝을 멀리서 찾지 않게 되었고 믿을 만한  소그룹 커뮤니티에서 관계를 맺는다. 점점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도 이젠 옛말이 되는 것 같다. SNS나 소개팅 어플을 통해서 만나더라도 그 또한 충분히 상대의 취향이나 언행(글)등으로 상대를 파악한 후 만나는 게 트렌드가 된 시대이다.


어쩌면 이런 면에선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라서 누군가를 더 믿고 오래 만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건 아닐까.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른바 '남미새' '여미새'라고 칭하는 이들도 많아진 추세란다. 난 커뮤니티를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이 신조어들도 얼마 전에 알았다. (몰라도 되는 말이라 굳이 풀이하지는 않겠음.) 그냥 모르는 사람을 알고 싶어 하기보다는 믿지 못할 잠재 연애상대가 이 부각되고 있다는 말로 갈음하겠다.


거기에다가 비대면이 필수였던 코로나19 기간도 꽤 오래 겹쳐서 낭만을 나눌 시기에 만남의 기회가 적어진 것 역시 재회에 매달리는 원인으로 보인다. 사회적 활동보다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이 늘어난 탓도 있겠다. 이 역시 소수이긴 하겠지만, 대학교 수강신청을 엄마가 대리해 준다는 등 주체적인 용기를 내기보다 결정적 순간 의지하는 경향이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는 현상도 무시하기 어렵겠다.

이제는 굳이 용기 내지 않고도 대리만족하며 혼자 즐길 수 있는 내 손안에 미디어가 많고, 동시에 유튜브 등을 통해 금전적인 환상과 눈높이는 커졌다. 그걸 충족할 시간과 여력은 없고, 현실은 SNS를 통해 비교할 투성이다 보니 조급해지기만 하다 점점 개인의 자존감이나 자신감 떨어지쉬워졌다. 


연애의 끝이 이별이 아니라면 결혼일 수 있는 현실에서, 최근 혼인 건수와 신혼부부 소득 통계는 젊은 세대에게 뼈 아프게 다가온다.

YTN 자막뉴스 = 유튜브


역설적이게도 이런 와중에 만나는 사람은 잘만 만난다. 끼리끼리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더 넓은 세계로 확장을 하기엔 두렵고 안정적이라는 착각 속에 발전 추구 없이 자신의 현 수준에서 한두 단계 아래로 낮춰 관계 맺기를 맴돌고 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별 조짐이 있거나 이별 후 재회를 꿈꾸는 이들, 썸이나 짝사랑에 그쳐 애타는 이들이 타로 상담에 기다. 맹신하지 않고 재미로만 본다고 하지만 막상 타로상담을 받은 후엔 꽤 위로를 받는 게 사실이다. 날 잘 모르는 사람이 내가 알 수 없는 미래를 단언하며 조언해 주는 건 신기함을 넘어 설명하기 어려운 다독임으로 남기 때문이다.


재회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는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거기에서 머무며 자신의 일상을 잃어버리는 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재회하고 결혼까지 골인해 잘 사는 커플을 보며 일말의 희망으로 '오직 재회'만을 꿈꾸지 말고, 더 나은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더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하고 나서도 늦지 않다.


개그콘서트 <소통왕 말자 할매>에서 할매 역을 하는 코미디언 김영희 씨는 관객의 고민을 즉흥 애드리브로 듣고 해결해 준다. 한 학생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녀 연애 중인 그 사람이 헤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자 할매는 "세상에 남자는 많으니 정신 차리라" 충고했다. 그랬더니 순수한 학생은 소리쳐 반문했다.

"근데 그 남자는 하나잖아요!?" 이에 할매의 우문현답이 대박이다.

"그거 알아? 너도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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