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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23. 2024

OO의 칼날

자기계발 에세이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을 때.

보풀제거기는 요즘 같은 계절엔 보물 아이템이다. 그런데 보풀을 깎아내려 아무리 해도 예전만큼의 기능이 잘  되는 거다. 나는 생각했다. '처음 샀을 땐 참 좋았는데 이젠 버려야 하나.' 버리지 않은 상자에 여분의 칼날이 있었으니 이내 교체를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는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칼날 뚜껑을 열어보았을 때 이 미물 하나에 너무 미안한 감정마저 들었다. 보풀을 잘라내고 잘라낸, 최선을 다해 자기 할 일을 해낸 그것이 보풀먼지에 엉키어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성껏 먼지를 털고 또 닦아주었다. 배터리 풀충전도 했다. 보풀 많은 겨울옷 보풀제거기를 돌려보았다. 새것 같았다.

그래, 먼지를 털어내야 하는구나. 닦아내야 하는구나. 아니면 칼날을 갈아내거나 교체해야 하는구나. 지금 뭔가 예전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내 속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부터 해야겠구나. 닦아내는 것부터 해야겠구나. 그러자. 그래도 안 되면 무협고수가 복수의 칼날을 갈듯 갈아내자. 최후의 수단으로만 과감히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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