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학 교수의 잘못된 가르침

누가 알람 소리를 내었는가?

by 이동영 글쓰기

대학 강의 수강 중 내 폰에 알람이 잘못 울린 적이 있었다.


교수는 강의를 멈추더니 즉시 나를 연단 앞으로 불러냈다. 앞으로 불러 내어 노래를 하든 춤을 추든 뭐라도 하고 들어 가라는 거다. 내향적인 나에게 100% 창피를 주려는 의도였다. 교수 자체가 유머라곤 1도 없는 진지한 노잼스타일이라 드립을 칠 분위기도 아니었다. 작은 강의실도 아니고 전공 필수과목이라 학생 수도 많았고 제법 큰 소강당이었다.


싸한 분위기에 긴 침묵이 흘렀다.


나는 편입생이었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상황에 수치스러웠다. 강의 시간에 실례를 범한 건 맞지만 2초 만에 멋쩍어하면서 알람을 바로 껐고, 죄송한 제스처를 보였다. 그런데도 나를 앞으로 불렀다. 수업시간에 전화벨을 울리냐면서.

나는 자리에서 "(오전·오후를 잘못 체크한)알람이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나 역시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방해를 할 의도도 없었으니 그냥 넘어갔으면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어 모욕감을 줄 필요가 없었다. 끝내 나오라며 수업을 진행하지 않겠단다.


"무슨 알람이 이 시간에 울리나?"


교수는 작은 실수인 상황을 큰 사태로 키웠다. 결국 앞으로 나갔다. 얼굴이 벌개진 채로 내가 교수님과 떨어져 가만히만 서 있자, 교수가 말했다.

"이동영 씨가 뭐라도 할 때까지 수업을 더 진행하지 않겠다"며 모든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는 긴 침묵 뒤에 입을 뗐다.

"훌륭하신 정책론 OOO교수님의 수업 시간에 제가 감히 알람소리를 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그 이후로 그 수업에 잘 들어가지 않았고 최하 점수를 맞고 결국 재수강까지 했다. 4년제 졸업장 때문에 들었지 안 그랬으면 전공과목이고 뭐고 진작 때려쳤을 것이다. 교수가 아는 건 많아 보이지만 썩 잘 가르친다는 느낌은 학기 내내 받지 못했다.


교수는 종강할 때까지 내게 사과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초중고등학교 때도 존경하는 선생이 한 분 빼고 없었는데, 대학에서까지 이런 쓰레기 선생이 있구나 싶었다. 내가 나온 모교이지만 그 교수만 생각하면 학력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이다. 인성이 교수의 기준에서 한참 미달이고 이 정도로 배려가 없으면 연단에 서지 말고 닥치고 그냥 연구나 했으면 한다. 사회복지와 관련해 인권을 주제로 책까지 공저한 분이 어찌 감수성이 그럴 수가 있는가.


밖에서 보면 그냥 할아버지일 텐데, 나는 그의 말년을 진심으로 축복하지 않는다.

지금 강단에 서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내가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학교 수학여행, 정의의 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