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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개그맨들은 진짜.. 참...

유튜브 <콘텐츠 제작소>의 웹예능 'B급 청문회' 방청 솔직 후기

by 이동영 글쓰기

내 강의는 유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집중이 잘 된다는 평을 받지만, 정신없이 빵빵 터지며 웃는 강의와는 거리가 멀다. 사람을 웃긴다는 건 공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즉흥적인 언어와 비언어를 그 맥락에 구사하는 감각으로 길러야 하는 건데, 내가 최선의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는 영역이다. 한계를 지으면 안 되지, 한다면 이렇게 설명하겠다.


누구나 글은 쓰지만 노벨상은 한강 작가만 받는 느낌이랄까.

인공지능 시대에 개그맨은 귀한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AI가 웃긴 드립을 순식간에 생성한다 해도 이 정도 비언어를 함께 구사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표정을 자유자재로 짓고 팔다리를 붙여도 공연의 현장감도 뒤따라오려면 250년은 족히 걸릴 거라 생각한다.


내 주변에 개그캐(릭터)가 없어서 사람 웃길 줄 아는 역량을 기르려면 재미있는 이들을 내 알고리즘에 노출시켜 자꾸 영향을 받아야 나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다 오프라인 방청을 갔다. 예전엔 컬투쇼 방청도 몇 번씩 가고 했는데 그것도 언 10년은 된 거 같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사는 동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녹화를 했고 방청신청을 받는다 해서 신청했었다. 콘텐츠 제작소 채널의 [B급 청문회]라는 유튜브 웹예능이다.

최근 업로드 된 콘텐츠 캡처

이미 코미디빅리그로 인지도가 높은 최성민, 남호연, 김승진 셋의 조합은 호흡이 기가 막히다. 작가가 써준 (질문)대본으로 토크판을 깔아놓은 청문회 콘셉트형 웹예능이지만 빵빵 터지는 부분은 다 애드리브다. 마치 무한도전 느낌인데, 방청은 그걸 무편집 풀버전으로 보는 혜택을 누린다. 유튜브로 보면 완성본은 편집이 상당히 고퀄이다. 웃기는 건 편집빨이 결코 아니란 걸 방청해 보면 알 수 있다.


<개그콘서트> 안어벙/안상태 기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안상태 씨와

"사장님 나빠요"로 블랑카 신드롬을 일으켰던 <폭소클럽> 정철규 씨. 알고 보니 아이큐 172... 멘사 회원이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지창욱 배우와 함께 <최악의 악>을 찍은 노란 머리 오경진 역의 배우 최성혁(개그맨 최백선)씨까지.

웃찾사 캡처 = 왼쪽 남호연 / 오른쪽 최백선


특히 안상태 씨는 영화감독으로 꾸준히 단편영화 연출을 맡고 있고


최근 베테랑 2에서 황정민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주임역으로 분하기도 했다. 안상태 씨가 악성루머를 딛고 층간소음 누명에서 벗어난 사연은 아래 기사를 참고.

우스운 사람들이 아니라,
웃긴 연기를 하는 사람.
희극인.

진정 리스펙.


사진 설명: 중앙에 나 빼고

왼쪽부터 최성혁(개그맨 최백선&배우), 안상태(개그맨&영화감독), 정철규(개그맨&배우&블랑베이커리카페 사장&다문화 강사)

남호연(개그맨)

최성민(개그맨)

김승진(개그맨)<- 카메라 들어서 얼굴 크기 희생함

여담: 방청객이 호응이 좋으면 하나 할 애드리브를 두 개 세 개 더 할 수 있게 된다며 크게 웃을수록 좋다 하는 김승진 씨와 긴장은 우리가 할 테니 여러분은 맘껏 즐기시라는 남호연 씨의 말을 듣고는 내가 강의할 때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강생의 리액션과 질문 밀도에 따라 하나 알려드릴 거 두 개 세 개 더 알려드릴 수가 있다. 무대에 서는 이들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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