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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성실함의 아이콘

2025년 기준 이제는 마흔이 되어감.

by 이동영 글쓰기

지금은 사라진 곳이다. 군산 이성당 바로 대각선 맞은편에 미니스톱 편의점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나는 거기에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했다.


저녁 10시 출근이면 나는 꼭 9시 30분에 와서 교대해 주었다. 직전 알바에게는 정산만 미리 정확하게 해달라고 했다. 매번 30분 전에 오니 교대하는 알바는 내심 고마워했다. '이런 호구를 봤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취급을 받아도 30분 전에 오는 건 근무기간 중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 프리랜서인 지금도 이 습관은 그대로라서 강의장 주변에 꼭 30분 ~ 1시간 전에는 거의 도착해 있다.


이렇게 매번 성실한 모습을 보이니 미니스톱 점장님은 그만두는 나에게 방학기간 또 알바를 해줄 수 있냐며 몇 번이나 요청해 주셨다. 감사했지만 거절했다. 대학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근무를 마치는 마지막 날에, 나는 포스기 사용법은 물론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진상 손님의 특징과 대응법, 상황별 대처법(찾는 물건을 물어볼 때, ATM기를 물어볼 때, 행사상품 떨어졌을 때 등)을 상세히 그려 적은 A4용지 2장을 포스기에 붙이고 인수인계를 마쳤다.


점장님은 자신의 딸이 미술을 하는데 나에게 미술에 정말 소질 있다며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린다고 내 표현력을 거듭 칭찬해 주셨다. 그때 열정과 성실함은 언젠가 또 다른 편의점 알바(대학교 앞)를 할 때도 이어졌다.


"나는 편의점 알바 면접 보는데 정장 차려입고 온 학생은 처음 봤어요."

나는 항상 답했다.

"제가 일할 곳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잘 보이고 싶기도 하고요."


내 20대와 30대는 반골기질 가득하지만, 성실함 하나는 누구나 인정하는 프리랜서 일잘러로서 완성되는 시간들이었다. 아웃렛 의류매장에서 잠시 일할 땐 1층의 모든 매니저들이 자기 의류매장 직원에게 "동영이 만큼만 해라."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이제 40대에 들어선다. (정확히는 39세이지만 빠른 86이다.) 그저 들이대는 열정과 꾸준한 성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련한 센스와 체력을 발휘해 가며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단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동반되어야 한다.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40대 하면 큰 산처럼 보였는데 마흔도 아직 젊다 못해 어수룩한 나이다.


다만 그런 티가 나지 않는 요령이 생긴 나이일 뿐.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많아져서 그런 것이다. 마흔이 되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첫 알바를 떠올려 보며 성찰하게 되었다. 더 많이 내 감각과 통찰을 믿고 주변 사람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나다운 것만큼 나이다운 것도 중요하니까. 그게 경험을 쌓은 인간의 성숙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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