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도리에 대하여
얼마 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전남 영광에 불갑사 상사화 축제를 갔는데 그곳에서 있었던 일이다. 절에 올라가기 전 음료를 파는 푸드트럭에서 엄마 아빠 형 나 각자 음료를 주문했다.
"음료 나왔습니다." 소리에 막내인 내가 후다닥 빨대와 컵홀더를 챙겨서 나르려는데, 그만 내 음료를 떨어뜨려 바닥에 통째로 흘리고 만 것이다. 나는 허겁지겁 트럭에 묻은 음료를 닦고 죄송하다고 했고, 형이 하나 더 새로 주문하라 했지만 안 먹어도 된다고 거절했다.
잠시 후, 사장님이 음료를 건네주셨다. 내가 물티슈로 수습하는 동안 주문했던 음료를 새로 하나 만들어주신 거다.
"하나도 못 드셔서 어떡해요. 여기 이걸로 드세요."
성심껏 다 제조해서 마음을 써서 주신 거라,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받았는데, 형이 현금을 건네며 "어서 갖다 드려라"라고 했다. 엄마 아빠도 이건 드려야 하는 게 도리라고 보챘다.
그렇게 돈을 드렸고, 사장님은 오히려 괜찮다고 하셨지만 감사합니다. 하고 트럭 위에 현금을 올려두었다.
이 나이에도 도리라는 걸 배운다.
상사화(相思花)
잎이 질 때 꽃이 피고, 꽃이 질 때 잎이 나와요. 그래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상징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