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Oct 20. 2016

저, 어디에서 많이 봤는데..?

※호흡 주의

도를 아십니까도 아니고 내 얼굴에 조상님의 한이 서려있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는데 대뜸 멘트반전

나만 잘 살면 안 되고 조상님의 한도 풀어드리려 제사를 지내거나 과자값이라도 바쳐야 한다는데

허허 확률상 가던 길 멈추고 '도'에 대한 썰을 들어볼 것 같이 생긴 관상만을 골라 접근하는 그들에게 나는 참 그동안 많은 타깃으로 점쳐졌던 바, 그 레파토리를 나더러 하라고 하면 더 잘해서 영업왕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내가 제일 혐오하는 것이 종교를 악용하는 것이기에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글의 핵심은 실상 내가 거래처의 미팅자리에 가든 어떤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꼭

서로 모르는 그들이 다 짜고 치는 것 같이 말하는 한마디가 바로


저, 어디에서 많이 봤는데..?


라는 것에 그래요 저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다니는 백화점+아울렛+편의점 직원 구력을 다 하여

20대 청춘을 바친 몸이에요 어디선가 날 볼만도 하지요 그러나 이전 직장이 어디였냐는 물음에는

'이 분야는 여기가 처음입니다'라고 돌려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저 허허 웃으며 그런 소리를 다른 데가서 정말 많이 듣는다며 웃어넘기는 것으로 참 긍정적인 청년일세, 근데 익숙한 얼굴이란 말이야 라는 생각을 동시에 들게 하지만 나는 개그맨 지석진이나 정신과 전문의 표진인 박사님 혹은 아이유의 아버지(?)라 불리는 가수 윤상을 닮은 몸으로서 뭐 다들 낯익게 볼 수는 있는 편안한 인상이라는데 위안을 삼는다면 그것이 내가 서른살에 얻은 얼굴이라고 그것도 하나의 정성적 평가로서 유의미한 성과는 아니겠냐며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혼자 다른 새로운 자리에서 그 사람이 나를 보며 어디에서 많이 봤다는 식의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선빵을 날려

저, 혹시 저 아시나요?


한마디로 조성모 아시나요가 배경음악으로 흐르면 딱일 듯한 그 타이밍에 괜히 머쓱해진 상대방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가도 괜시리 또 씁쓸해지는 현실에 생각해보면 언젠가 우리 부모님 조차도 그 장소에 없었던 나를 멀리서 본 적이 있다면서 난 그 시각 그 장소에 없었는데요 엄빠는 그러지 마셔야죠 정말 저를 다리밑에서 줏어오신건가요 까지는 차마 말 못하는 이유가 울 아버지랑 나랑 판박이 복사기 붕어빵이기에 그냥 넘어간 이후에 현관을 나설 때 우연히 맞닥뜨린 우체통에 써있는 '문화인은 남의 것을 보지 않습니다'라는 기가막힌 경고문 카피에 가만히 사색에 잠기기를 날 닮은 사람이 세상에 많다는 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무고의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만 같아 범죄를 저지르면 더더욱 안 되는 건 아닌지 오만 생각을 다 하게 만드는 한마디가 어디에서 많이 봤느냐는 질문이니 이 글을 보시는 분은 그냥 이 한마디로 갈음해주시길.


잘 생기셨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살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