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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12. 2017

글은 작가의 페르소나(persona)이다.

persona는 심리학에서 '인격의 가면'이라 말한다.

작가님,
글하고 참 다른 것 같...;

한 두번 들은 얘기라면 쓸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 글에도 자주 언급한 바 있다. '나는 내 글처럼 사는 게 목표'라고.

온라인에서 내가 쓴 글만 보신 분이라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말하는 '이동영 작가'를 보는 순간, 깨어지는 환상 속에 혹자는 브런치 구독을 하지 않겠다는 농담(진담이었을까)을 하기도 하고, 글하고 다른 면모(?)에 당황하며 원래 이런 분이 아니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재차 글을 꼭 읽어 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뭐 나도 이제는 안다. 독자들이 구체적으로 나를 실제로 보면 어떻게 느끼는 까지는 알 수 없지만. 글로 느껴지는 아우라로 인해서, 혹은 글에 의해 받은 느낌이나 영향 때문에 한 사람이 아닌 한 작가로서 이미지에 각인시키는 건 자율의 영역이다. 거기에 '님'자까지 영광스럽게 붙여지는 극존의 수식이 있으니 정작 작가님 본인이란 사람은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느낌까지는 적확하게 알아맞히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솔직히 이 점은 감사함 이상으로 과분하다.


저번에도 오랜 페벗을 만났을 때 당황한 그 분이 그랬고, 이번에도 브런치와 인스타에서 내 글을 읽으신 독자분이 필사모임 멤버로 와서 같은 반응을 보이셔서 새삼스럽긴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변명의 여지없이 이것이 나인 걸 뭐, 글을 쓰는 것도 말을 하는 실체도 이동영이라는 한 사람일 뿐이다. 이것은 나를 브랜딩함에 있어서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에 촉발된 문제라면 문제. 이럴 때마다 '작가'라는 무거운 이름을 책임지지 못하는 건가 하는 자괴감도 살짝은 들지만,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라틴어로부터 있으니 바로 이것이다.


페르소나(persona)
명사 <기독교>  지혜와 자유의사를 갖는 독립된 인격적 실체. 삼위일체론에 이용되는 개념으로, 신의 존재 양식을 뜻한다.
-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
[명사] 1. [격식]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특히 그의 실제 성격과는 다른, 한 개인의) 모습
-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 -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종종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흔히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서 특정한 배우와 오랫동안 작업한다. 이때 배우는 작가의 페르소나(가면)가 된다.

출처: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그렇다. 간단하게 말해서 내가 쓰는 글은 나의 '페르소나'이다. 사전적 정의상으로는 영어사전+영화사전에서 말하는 것과 가까워보인다. 작가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으로서 작품 속에 또 다른 자아(페르소나;가면)가 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완전 고상한 것까진 아니지만 감성적이고, 따뜻하며 차분하고 지적이며 왠지 고민을 털어놓으면 잘 들어줄 듯하고 위로에 능한 힐링인간같은 글'을 쓰고 있노라면 내가 가식을 떨고 있는가 꼭 한번 자기검열(비평)을 거치곤 한다. 그리고 고쳐쓴다. 이것은 나의 진심인가? 몇 번을 거듭 물어본다. 그리고 공유한다. 또 거듭 수정한다. 책은 출간한 이후에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SNS글 역시 글귀이미지로 발행 후에는 수정이 쉽지가 않다. 페르소나는 수정될 수 없는 내 작가적 본질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모임에서, 직장에서, 사석에서 나의 '글답지'않은 모습이 결코 '이동영답지'않은 모습과 동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실제 만나서 보는 내 모습이 페르소나란 가면을 쓴 것이고, 독자들이 읽을 글이 실체의 나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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