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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11. 2017

행복해요 우리

아프지 말고

2년 가까이 직장인 생활을 하다가 불과 일주일 전에 퇴사하고 백수가 되니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는지 병원 가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퇴사 하자마자 두통이 너무 심해져서 근육에 프롤로주사라는 걸 맞고 겨우 살아났는데, 6만원대 주사에 식겁하여 바로 괜찮아졌다. 안 괜찮아져도 괜찮아졌다. 게다가 어제부터는 감기가 심하게 걸리는 바람에 코막힘 증상과 미열이 있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악몽 아닌 악몽을 꾸었다. 처음 보는 새로운 이미지들이 나를 꿈속에서 괴롭혀댔다. 결국 이틀분 약을 제조 받았음에도 바로 또 병원에 왔다. 어제 왔던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께 말했다.

죽다 살아났어요


처음엔 의사선생님이 독감검사를 해볼까요 하다가 내가 어젯밤 코막힘 때문에 죽다 살아났다고 하니 '겨우' 코막힘 때문에 엄살 피우지 말라고 오바한다는 식으로 말해서 진찰 시간이 참 짧은(2분이 안 넘는 듯)의사선생님인 건 워낙 유명한지라 거기에 공감능력까지 떨어지는구나 하고 웃어넘겼지만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몰라주니 왠지 더 아픈 것만 같았다. 최소한 환자가 죽다 살아났다고 하면 전문의란 사람은 '약의 부작용이 있나? 내가 오진을 했나? 어떤 구체적 증상을 말하는 거지?'라고 생각해서 질문을 던져 진찰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에이 겨우 코막힌 거 가지고 죽다 살아났다고 하면 안되죠~ 를 정확히 세 번 말했다.


여기는 주사를 안 놔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인터넷 검색결과임) 어제는 주사를 안 줘서 오늘은 하도 아프다고 하니 주사를 놓아주겠단다. 인심인가..; 센 걸로 맞겠다고 했다. 난 어제 지어진 이틀분 중 하루분을 꼬박꼬박 아침 점심 저녁 챙겨먹고 약을 먹었음에도 숨이 안 쉬어지는 지경까지 와서 새벽에 화장실에서 보라색 입술을 보며 아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싶었는데 말이다. 내일 또 나오라고 하지만 나으면 안 가려고 한다. 진짜 돈이 너무 아깝다. 괜히 또 오게 하려고 일부러 여지를 남기는 사기꾼 병원들이 많다는 소문이 파다해서(여기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말리고 싶지 않다.


그 이후로도 식은땀은 계속 나고 오늘은 영하 8도까지 내려간 바람에 안은 답답하고 밖은 춥고 몸 둘 곳이 없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땀 흘리며 푹 자고 나니 좀 괜찮아졌다. 저녁늦게 결석하면(시간을 채워야 함) 안 되는 국비지원 학원을 다니는지라 아픈 몸을 이끌고 히트텍부터 옷을 껴입고 목도리에 마스크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나왔다.


직장인에서 백수가 된 이후로 매일 아침 출근시간 눈이 번뜩 떠지는 건 마치 제대 이후 한 달간 기상시간을 지키는 것과 같은 항상성의 증상이지만 몸은 참 내 맘대로 안 되는구나를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행복도 건강이 우선이다. 일단 건강이 좋지 않으면 시간과 돈, 그리고 동선을 뺏긴다. 그럼 인생을 뺏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병원에 안 가고 버티기 전략은 더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시간과 동선과 돈을 써야만 할 것이다. 이는 투자보다는 소비에 가깝다. 행복을 위한 투자는 우선적으로 건강할 때 하는 건강관리에 있다. 아마 오래도록 와닿을 자이언티 <양화대교>의 노래 가사는 이런 우리의 일상을, 또 인생을 관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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