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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25. 2017

습작하는 글쓰기 팁 8가지

글쓰기는 무엇보다 '습작'이 답이다.

서두에 밝혀두겠다. 이 글은 글을 잘 쓰는 팁이 아니라, 습작하는 글쓰기 팁이다. 큰 줄기의 '글쓰기' 보다는 '습작하기'에 방점이 찍혀있어서 실력향상, 글쓰기 역량 레벨업보다는 좀 더 실용적인 '습작하는 요령'에 가깝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1. 수시로 메모하자,
그 다음 반드시 정리하자.
아이폰 메모장을 주로 쓰고 있는 필자는 업데이트 시 아이디를 두 개 생성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로그인을 하여 메모가 지워진 것으로 착각했다. 지식인 검색결과 삭제 후 복구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서 '홀라당' 메모한 계정 하나를 전부 삭제하고 말았다. 통째로 글감을 모아두었던 몇 백 개의 메모를 다 날려먹은 거다. 그 허무함은 작가로서는 1차적인 죽음 정도와 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떤 작가의 말에 위안을 받았다. '노트를 잃어버린 작가만이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필자의 메모장앱에는 지금도 1만 여개의 메모가 있다.

수시로 메모하되, 검색태그를 남겨둔다. 아이디어라면 '아이디어'라고 메모 말미에 검색용으로 써놓는 것이다. 메모장 앱이 좋은 점은 다시 찾아볼 때 자필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점. 자필로 쓸 때는 수첩, 연습장, 메모 포스트잇이 넘쳐나는데 글씨를 못 알아보는 경우도 생기고 커피에 번지는 경우도 있으며 실수로 버릴 수도 있다. 메모장 어플은 주기적 백업을 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메모든지 주기적인 정리는 필수이다.


2. 임시저장이 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아이폰 메모장 앱이나 워드나 한글처럼 자동 임시저장이 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PC 기본 메모장, 웹상이나 앱상에서 임시저장에 의존하는 것은 오류가 날 경우 전부 날아갈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중간에 수시 저장을 하면서 작업하자.

임시저장 기능이 있더라도 SAVE버튼을 누르는 습관은 오류로 인한 허무함을 미연에 방지해줄 것이다. 얼마전 브런치앱에 한 번에 술술 다 쓴 후에 커버사진 첨부를 하려는데, 앱이 꺼져버렸다. 브런치앱에 임시저장 기능 따윈 없었다.(PC는 있는데) 최근 브런치 업데이트에서 이 부분(커버사진 첨부시 오류증상)을 보완했는데, 만약 (오류 보완을)안했으면 글을 편히 쓰고 공유하기 위해 앱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떠나는 수가 있다.


3. 자연을 관찰하고
(사진 포함)기록해두자.
자연,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죽어가는 것들이다.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면 이미 위대한 시인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

공원에 자주 가거나 하늘을 자주 바라보거나 사람을 만나 대화 혹은 모임을 갖거나 혼자 카페 등에서 관찰해보는 것은 모든 글의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썩고 피어나고, 생생하다가도 늙고, 다시 죽고 태어남 속에서 -변하지만 변함이 없는 자연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은 공감능력도 뛰어날 수 밖에 없다.


4. 작품을 감상하고
리뷰를 적어두자.
책이든 영화든 강연이든 연극이나 미술작품이든 리뷰를 적는 습관은 무의식에 담아놓은 영감을 자극할 여지를 남겨두기에 상상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줄 것이다. 사물이나 현상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태도는 물론, 자신 안에 쌓인 영감의 원천 간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예를 들어 '황금마티즈를 찾겠다'고 주문을 입력한 뒤 버스 창가 쪽에 타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황금마티즈가 눈에 띄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무의식을 통해 발견의 폭이 넓어지는 현상이다.

그냥 독서나 감상을 하고 끝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자극을 통해 새로운 창조를 해낼 수도 있다. 리뷰를 남겨놓는 나를 믿자. 리뷰는 일기와도 같아서 누군가에 반강제적이나 의무적으로 참잘했어요 검사를 맡아야 한다거나 처음부터 제대로 쓰려고 하면 금세 지칠 우려가 있으니 짧고 가볍게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시대적 배경 때문이든 경험을 해서 누적된 나이 덕분이든 다시 볼 때마다 새로워지는 작품들이 세상에는 많다. 그 발견은 역시 리뷰를 하고 다시 볼 때 더 깊어지고 확장될 수가 있다.


5. 매일매일 글쓰기를
실천하자.
직접 개설해서 운영했던 매일매일 글쓰기라는 페북 그룹도 있었다. 이후 비슷한 그룹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만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매일 글쓰기 주제를 제시해주는 어플도 있던데, 그 어플이 나오기 전 매일매일 글쓰기 그룹을 만들었고, 그 그룹을 만들기 전 혼자서 매일 달력 어플 알림을 설정해 미리 한달치 주제를 선정해서 그 주제에 따라 글쓰기를 습작했다. 완독한 책이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책 안 읽는 나도 공감가는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함이라면 그 힘은 습작에 있다. 이 글의 핵심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꾸준한 습작이 답이다."


6. 재능이 아니라면
재료로 승부하면 된다.
천부적 재능이 빛을 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스승이나 좋은 환경, 좋은 시대까지 함께 타고나야 한다. 혹은 사후에 빛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천재에 대한 갈급함이 있든 없든 천재이기를 포기하자. 그리고 자신이 한 때 글 좀 쓴다는 말을 들었다면 '잉여재능'이라고 생각해두자. 전제를 이렇게 출발하면 마음이 일단 편하다.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 재능으로만 승부를 보려던 어리석은 자세는 그만 거두면 된다.

대신 재료를 긁어 모으자. 깊이 파기 위해 우선 넓게 파는 건 매우 중요하다. 책이나 논문, 기사 등 역사자료뿐만 아니라,  현 시점의 현장에 가보고 현장 사람들을 취재하는 것도 좋다. 강력반 형사 메쏘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연기 전에 강력반 형사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기도 하고 동성애 연기를 위해 게이바를 가서 직접 관찰하기도 한다.

필요하다면 소설을 쓰는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실제 취재인터뷰나 관찰 혹은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상하여 실제 창작한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감정과 대응하는 자세 등을 철저하게 이입해 기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위대한 작가들이 정말 많다.


7. 자신의 말을
녹음하여 기록하자.
말하기와 글쓰기 모두 향상될 것이다. 감성과 논리를 모두 가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잠꼬대를 제외하고는 전부 녹음했다고 한다. 수많은 요소 중 자신의 말로 뱉은 일관성은 곧 신뢰이기도 하고, 그것이 쏘아진 화살처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알았던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히 전속 사진사를 통해서도 자신의 일상 흐트러진 모습을 거의 다 기록했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동시에 떳떳하고 당당하기도 했던 거다.
대통령이 자신을 기록하는 것은 더 다양한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또 습작을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잘하고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말을 '녹음'한다는 것에 주목해보자.

자신의 생각이 말로 나올 때와 글로 나올 때가 다르다. 이를 기록해서 다시 듣고 정리할 때 자신에 대해서 더 명확히 알아챌 수가 있다(녹음 후 습작이 더 중요하다). 평상시 대화할 때도 기록을 해놓으면 좋겠지만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녹음이 여의치 않으면 공원 등 산책을 하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마치 통화중인 사람처럼 마이크 있는 이어폰을 꽂고 하고 다니면 된다. 요즘 그런 사람을 보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는 시대다. 걸어다니면서 이어폰 꽂고 웃으며 통화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8. 필사(베껴쓰기)는
창조의 어머니다.
피카소가 말했다고 스티븐 잡스가 말했다(실제 피카소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함)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을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정당하게 훔친다'는 표현이 이율배반적이라서 이상하겠지만, 무릇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좋은 문장을 필사하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외우지 않더라도 무의식에 좋은 문장과 어휘를 담아 작가의 좋은 문장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돈으로 책을 구입하여, 자신의 노트에, 자신의 시간에, 자신의 글씨로 베껴쓰는 필사는 좋은 문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꼭 책에 국한되지 말고 카피문구나 뉴스 헤드라인, 책제목, 간판, 경고문이나 안내문 등등의 글귀도 전부 필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단, 실제 책을 내게 될 지도 모를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혹 장르의 유사성과 같은 표절시비에 걸리지 않도록 출처를 명시해두는 습관은 중요하다.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이것이 자신의 글인지 남의 글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아마 1~2년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글쓰기는 습작이 답이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행위로써만이 익힐 수 있다. + 습작 과정에는 치열한 퇴고 후 독자의 피드백도 포함한다. 혼자만 만족하는 글쓰기는 독자를 아우르기 어렵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믿는다. 그 습작의 기반이 되는 것이 관찰이며 경험이고, 기록이며 정리이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글쓰기 습작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작성자: 이동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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