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허진모 작가의 새로운 책 '허진모 삼국지'를 주말에 걸쳐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허진모 석사사님이 나오시는 팟캐스트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를 매주 찾아듣는 마니아로 이벤트를 통해 허석사님 싸인본으로 책을 읽게 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허석사님 싸인본
일단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1권이 400 페이지고, 2권은 360페이지입니다. 페이지가 많아 보이지만 1권에 있는 서론 부분 90여 페이지를 제외하면 두권 합쳐 대략 700페이지로, 이 공간에 황건적의 난부터 오(吳)의 멸망까지 이어지는 100년 간의 이야기가 다 들어가는 거이기 때문에 작은 사건들은 넘어가며 스피디하게 전개됩니다. (일례로 삼국지의 유명 대전이라 할 수 있는 적벽대전 같은 경우 6,7페이지 정도로만 설명됩니다.)
이 책이 다른 삼국지 책들과 차별되는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서론 부분입니다. 이는 허석사님이 '삼국지'라는 이야기보다 '삼국지'라는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주제의식과 일치합니다. (서론에서 허석사님은 '배송지주'의 중요성을 피력하면서 판본이 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의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삼국지'에 대한 의견을 담은 이 서론 부분은 거의 소논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느낌이라 삼국지 초심자가 보기엔 약간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표지 띠지]
앞면
뒷면
삼국지(三國志)를 구성하는 한자를 앞뒤 표지에 형상화하여 표지에 활용했습니다. 약간 기호화한 면이 있는거 같은데 간단한 이미지로 '삼국지'라는 것을 설명한 책이라는 의미를 잘 표현한거 같습니다.
허석사님 팬이고 전문세도 많이 듣는 팬의 입장에서 이번 책은 조금 아쉬운... 아쉽다기 보다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연의에서 벗어나 정사 및 다른 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삼국지를 풀어내려고 하는 시도는 좋았는데 애초에 페이지가 두 권 합쳐 700페이지이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 안에 삼국지 100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이야기를 담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략이 된 부분이 많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허석사님이 내신 책들 특징이 동서양을 넘나드는 것, 세심한 연도 체크, 작가님의 위트 있고 재치 넘치는 주석과 문체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주석들의 비율과 자율성이 대폭으로 많이 줄어든 것도 아쉬움을 느낀 이유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삼국지 브랜드'에 관한 높아진 눈높이에서 오는 아쉬움이라고 볼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작가님도 전문세 방송에서 누누이 '길게 쓸 수 있으면 한없이 길게 쓸 수도 있을거 같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삼국지 내용들을 줄이는데서 오는 고충을 표현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국지를 연의가 아닌 정사와 비교해서 알고 싶은 분과 허석사님 만의 재미있는 '허석사 월드'를 삼국지 콘텐츠를 통해 접하고 싶은 분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허석사 월드'를 느끼시려면 전문세 1권, 2권이 더 적합해 보이긴 하다는..) 그리고 적어도 '삼국지'를 한번 이상은 봤다는걸 전제로 하시고 쓴 느낌이기 때문에 삼국지 입문용으로는 조금 읽는데 힘드시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