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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쓰 Jan 01. 2022

[1-3] 토마스 쿤과 중간고사

[과학사] 수업


이 과학사 수업의 공식 교재는 [과학서 서설]이라는 책이었는데 표지가 초록색이라 당시 초록책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당시에도 한 세대 전에 나온 책이라는 느낌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오래된 책이다. (찾아보니 출판 연도가 1997년으로 생각보다 오래되지는 않은듯..) 노교수님은 이 책에서 중간고사 문제가 나오는 다섯 구간을 페이지로 꼽아주시면서 이 중에서 세 문제가 나올거라고 언질을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문제가 공개되니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장점은 남들도 똑같이 느끼는 장점이었고, 아시다시피 이 과목은 상대평가라 생각해보면 굳이 나한테만 유리한 점은 없었다.


바로 이 책


그렇게 시간은 흘러 시험 전날.. 많은 시험응시러들이 그렇듯 '밤새면 되지 -> 시간 많아 -> 조금만 쉬자' 이런 무한루프가 발동되어 공부를 놓은 채 어느덧 시간은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참 시험 기간만 되면 소설이나 라디오 같은 평소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콘텐츠들이 왜 자꾸 눈에 들어오던지... 답안을 정리해야하는데 시간만 흘러갈 뿐 만족할만한 답안은 계속 나오지 않았다. 과학에 자신있다던 그 마음가짐은 벌써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무한루프가 계속 이어져 결국 '밤새고 시험 보고 자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 밤을 새운 채 시험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전 10시에 보는 시험이라 다른 시험에 비해 일찍 보는 느낌이었지만 제정신이 아닌 상태인건 명확한 사실이었다. 결국 시험을 잘 보겠다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고 자야지'라는 생각이 앞선 채로 시험을 보게 되었고 정답을 다 쓰긴 했지만 답안은 지금 생각해도 고득점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때 시험문제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기억나는 사람 이름이 토마스 쿤(Thomas Kuhn)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막연히 이름만 기억 나서 누구인지 다시 검색해보았는데 과학사학자였고 당시 교수님이 강조하신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창안하신 분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개인적으로 '문과형 인간'으로 진화한 지금. '토마스 쿤'이라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 것만으로도 이 수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정도의 추억거리를 소환하는 수업이라면 꽤 유익했던 수업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이제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패러다임

...


하지만 위의 생각은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었고, 당시에는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해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만이 뇌를 지배했고 기말고사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서두에 이야기했다시피 '과학사'는 남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 계속...]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토마스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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