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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쓰 Dec 27. 2021

[1-2] OHP 프로젝터

[과학사] 수업


첫 강의 시간이 끝나고 다음 시간이 찾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두번째 강의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 강의와 한 배를 타겠다는 나름의 결심을 한 분들이라 (물론 학교에 따라 정정기간이 다르긴 하다.) 첫 시간과는 조금 다른 수업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전공 수업이라 한 다리만 건너면 얼굴은 익히 아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이었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수업 전에 이어졌던거 같다.


수업에 들어가 이야기를 하시는 노교수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까랑까랑하셨다. 수업에 무척이나 열정이 있으셔 보였는데 그간 쌓여있는 연륜답게 수업 방식이 시스템화 되어있는 그런 느낌도 들었다. 시스템화란, 요 내용 다음에는 '무조건' 저 내용이 나오는 탄탄한 틀대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의미였다. 이런 시스템의 장점은 수업이 매번 비슷하기에 재수강할때 유리하다는 것이 있고 (헉 벌써 재수강 이야기가..) 단점은 수업에서 변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루한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을거 같다.



※ 5번째 수업 (4번째일지도 모른다...)



한번은 교수님이 들어오셨는데 조교인듯 해보이는 학생이 무언가 큰 도구를 같이 가지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당시에도 생소한 도구로 OHP 프로젝터였다. 이걸 가지고 수업을 했던 교수님이 그간 없어 순간 어리둥절했는데 수업 내용이 적혀 있는 OHP 필름을 프로젝터에 올리면 화면에 그 내용이 표시되는 형식으로 작동되는 형태였다. 교수님은 많은 내용이 담긴 OHP 필름 여러 장을 가져오셨고, 벽 쪽에 있는 학생들에게 불을 끄고, 커튼을 치라고 이야기하셨다. 순식간에 교실은 어두워졌고... 어둠과 함께 졸음지수는 +50이 되어 100이 넘어가 조는 친구들도 하나 둘 생기는 아늑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OHP 프로젝터의 모습


간신히 졸음지수가 100이 차지 않아 눈을 (간신히) 뜨고 OHP 프로젝터와 함께 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지켜볼 수 있었다. 밝은 한낮에 어두움 속에 수업내용만 빛나는 과학사 수업. 뭔가 그때 졸음이 느껴졌지만, 밤하늘에 별을 보는듯한 그런 황홀한 분위기도 슬쩍 느껴졌다. 아마 이런 분위기에 수업 내용이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 티코 브라헤' 등이 등장해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당시에는 졸음과 싸워가며 진행된 이 수업의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기억나는 대학 순간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수업 내용이 남았어야 하는데 분위기만 남았네..)



시각화해 본다면 라라랜드의 이 분위기?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조용히 중간고사는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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