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쓰 Dec 21. 2021

[1-1] 문과생이지만 과학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과학사] 수업

이러면 나이가 드러나는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수능을 봤었을땐 '6차 교육과정'의 끝자락이었다. 당시 문과생이면 과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었고 실제 주변에서도 과학책을 꺼내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는 거의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거기에 S대에 가지 않는 이상 '언수사외'만 하면 된다는게 정설의 하나로 통하고 있어서 몇몇 학생들을 제외한 내 주변 문과생들의 대부분은 과학을 포기했었던거 같다.



하지만 '언수사외' 1등급이 나오지 않아 이들을 더 공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과학책을 버리지 않고 붙잡고 있었다. 그렇다고 과학에 특별한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구과학을 그나마 좋아하긴 했지만 나머지 3과목인 물리, 화학, 생물에는 흥미가 없었고 성적도 나지 않아 나와는 거리가 먼 과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과목을 중도에 포기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인데 주변에서는 'S대를 노리는구나', '과학을 엄청 좋아하네'라는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듣곤 했었다.



 결과적으로 수능 때 과학점수는 여기에도 공개 못할 등급이라 적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 3학년 2학기 수강신청 시간)



서서히 학점에 대한 압박을 받는 3학년 끝자락 시기에 뭔가 가슴이 뛰는 듯한 수강 과목명을 발견했다. 바로 그 이름도 생소한 '과학사'. 본의는 아니었지만 '문과임에도 과학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나름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터라, '문과의 틈바구니에서 과학이라면 학점에 유리하겠다.'라는 이유 모를 자신감이 생겼고 그래서 수강신청 창이 열리자마자 당당하게 수강신청을 클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 잔여인원수는 줄지않고 같은 숫자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과학사' 강의 첫 시간. 정원이 20명이었던거 같은데 수강신청자는 10명이 되지 않은 인원이 있었다. 강의 첫 시간이 매번 그렇듯 분위기는 학점을 쫓는 하이에나들이 모여있는 분위기였고, (나 포함)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차하면 다른 강의로 가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는듯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들썩이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게 7~8명 정도의 학생들이 남아있게 된 채 교수님이 드디어 들어오시는데...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노교수님이셨다. 딱 봐도 '학점에 아웅다웅하는 세계'와는 동떨어져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모습이었다.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본의 아니게 얽혀있던 '과학'과의 만남에 없던 설렘이 급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이어서...]


작가의 이전글 [0] 대학교 수업들을 '이제서야' 돌아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