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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쓰 Jan 05. 2022

[1-5] 그대로.. 그대로...

[과학사] 수업


시간이 흘러 개인적인 이유로 1년 휴학을 하고 4학년 첫 학기가 되었다. 이제는 진짜 온전히 학점을 잘 주는 혹은 잘 받을 수 있는 수업을 골라서 들어야만하는 시기가 왔다. 여러 부분을 복구해야 원하는 학점에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찾아온 수강신청 기간.. 강의시간표를 보니 지난번 수업과 같은 커리큘럼과 같은 교수님이 강의하는 강의가 눈에 보였다. 바로 이 과학사였다.



그때와 같이 첫 시간을 들어가니 목소리가 까랑까랑하신 그 노교수님이 들어오셨고 이전에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말씀을 하고 계셨다. 이미 지난번에 문제 나오는 스타일과 나올 만한 문제들과 시험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재수강해서 높은 학점으로 바꾸어 놓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재수강을 듣는 걸로 확정하였고 수업 수강 버튼을 클릭했다.




수업, OHP강의, 중간고사, 레포트, 기말고사


수업은 몇 년 전에 하시던 방식과 스타일 그대로 진행되었고, 이미 교수님의 수업을 한번 겪은 터라 수업은 예상 범위 안에서 진행이 되었던거 같다. 그 '밤하늘의 별' 같은 OHP 프로젝터를 활용한 수업도 그대로였고.. 교재도 그대로였고.. 이번에는 중간고사와 레포트 모두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제출하고 문제도 깔끔하게 풀었다. (아니 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같은 C+이었다.

(그냥 재능이 없었던거? ㅠ)


스타일이 비슷했던 수업이라 C+를 받았던 그 느낌 그대로 대비를 해서 C+이 그대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기 시작했다. 교수님께 이의를 제기할 시간이 있었지만 그대로 성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전에 제출했던 답안과 레포트에서 발전된 답안과 과제를 제출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내 [과학사] 수업에는 C+라는 인장이 남게 되었다. 그 후 학부를 졸업하고 '과학사'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재수강해도 C+가 나왔던 과목'으로 생각하고 좋지 않게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후 대학생활을 돌아볼 기회가 있어 생각해보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리니 그 한낮에 'OHP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수업을 했던 어두운 강의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 분위기가 천문학과 꽤나 어울렸고 다른 수업에서는 느낄 수 없던 조금 몽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기에 더 그랬던거 같다.



이제 시간이 어느덧 지나 대학교 학점에서 자유로운 나이가 된 지금 이 과학사 수업을 '재수강을 해도 C+를 받은 수업'이 아닌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던 수업으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게 이 수업을 가장 먼저 이 시리즈로 적어본 이유기도 하다.




P.S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수업을 해주셨던 노교수님. 한번 대학교 강의시간표를 보니 몇 년 전부터 그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걸 발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수업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는건 철저하게 본인의 스타일로 학생들을 가르쳐주신 교수님의 모습에도 있던거 같다. 은퇴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늦게나마 기억되는 순간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여기에다가나마 드리고 싶다.



과학사에서 인상적인 인물 코페르니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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