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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쓰 Jan 11. 2022

[2-2]도서관에 가면 학점이 잘 나오는 건 줄 알았다

[중세사] 수업


호기심이 많은 복학 후 대학 생활. 남들이 노는 시기에 도서관에 틀여박혀 앉아 책을 보고 있으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시간이 되는대로 자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애석하게도 이때는 도서관 출몰 시간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르는 상태여서 거의 학교에 가는 날은 매일 도서관에 출석체크를 했던거 같다.



도서관에 가서는 그날 배운 수업의 내용들을 정리했으며 수업시간에 추천해준 책들을 겸사겸사 읽기도 하였다. 이때 많이 읽은게 이 <중세사> 수업과 관련된 책들이었다. 1편에 언급한 대로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리스트에 있는 책들을 많이 보았고 수업에 관련한 다른 책들도 많이 보았다. 특히 당시 이슬람 수업에도 조금 꽂혔던 것도 같다. 교수님은 이슬람 쪽은 전공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시면서 다큐멘터리와 함께 다양한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당시에는 이슬람교라는 종교를 학문적(?)으로 처음 접하는거라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보았던거 같다.



비단 이 수업 때문만은 아니라 다름 수업이 끝나고도 도서관에 자주 갔었는데 이렇게 꾸준히 다니면 자연스레 성적은 따라올 거 같은 막연한 믿음이 있어서였다. 생각을 해보면 도서관에서 많이했던건 공부가 아니고 책을 펴놓고 책상 위에서 잤던 선잠들이어서 '도서관을 가는 것'과 성적은 아무 관계가 없었다.




다시 중세사 수업으로 돌아오면 수업은 다른 수업에 비해 상당히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였던게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고등학교 때 배우지 않은 지역과 시대를 배우는 것이라 세계관이 넓어지는 거에 대한 기쁨도 느껴져서 그런것도 같다.



# 중간고사가 끝난 뒤


영문을 번역을 하는 레포트와 간단한 문제들을 풀었던 중간고사가 끝난 뒤 교수님은 특별한 레포트 과제를 준다고 말씀하셨다. 주제는 상관없이 중세 문화와 관련된 소설, 시, 같은 내용을 조사해서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과제를 듣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는데 여기서 교수님의 눈에 들어 학점을 잡겠다는 승부수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중간고사와 그전에 제출한 과제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안되었다고 생각한게 이 생각의 기반이 돼있는 거 같기도 하다.



그 승부수란 직접 중세의 소설을 작성해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등장인물도 새로 만들고, 중세 시대에 맞는 대화 내용도 슬쩍 집어넣고... 과제의 자유도를 너무 활용한 느낌이었지만 이 정도의 자유도도 허락해주실 거 같은 교수님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었던거 같다. 하지만 한번 꽂힌 과제 이유없는 자신감에 근거해 과제에 제출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역사 수업이 문학창작과 수업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중세의 네 명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영화 <라스트 듀얼>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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