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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쓰 Jan 13. 2022

[2-3] Deus vult!

[ 중세사] 수업

Deus vult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


십자군 전쟁하면 떠오르는 문구 중 하나가 위의 "deus vult"다. 이는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라는 뜻으로 십자군 전쟁을 할 때 유럽 교황 쪽에서 구호처럼 사용하던 말이다. 당시에 이 문구와 십자군 이야기에 꽂혀 있는 상태였다. 유럽의 나라들이 모여 저 멀리 있는 종교의 성지를 탈환한다는 낭만적인 스토리(?). 실상은 동로마제국과 서쪽 국가들, 그리고 교황의 이해관계들이 맞물려 생긴 것으로 낭만적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당시에는 이 이야기가 꽤나 낭만적이고 멋있어 보였다.



이 십자군을 배경으로 농민, 기사, 왕을 세 주인공으로 한 레포트로 제출할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파일도 남아 있지 않고 어떠한 자료도 없어 내용도 까먹고 가물가물한데, 대략적으론 '십자군 전쟁' 시대를 겪는 세 인물의 이야기 속에 수업 시간에 배운 개념들을 끼워 넣는 식으로 작성한거 같다. 봉건제도 슬쩍 넣고 이슬람, 여러가지 개념들도 넣고.. 정말로 지금 생각해 보면 여기에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던거 같다. 지금 또 이렇게 과제를 내라고 하면 이렇게는 못할거 같은 정도로 상당히 선 넘은 과제 제출이었다.




어떤 과제보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레포트를 제출했다. 다 쓴 레포트를 보며 뿌듯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과제 제출이 끝나고 기말고사도 종료되었다. 나름 애정하고 레포트도 열의를 다해서 썼기 때문에 이번 강의는 꽤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성적공개 시간이 되고 조회 열람 가능 시간인 열시가 돼서 성적 조회를 클릭했는데 결과는..



B0



당시에는 C+, C0의 향연이었던 다른 점수들과 비교돼서 이 점수가 눈에 보이지 않았던거 같은데 돌이켜 생각하니 열심히 제출했던 레포트가 생각이 나고 그 후 이 과목의 성적을 다시 보니 B0라는 점수가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다. 애정의 크기와 성적은 비례관계가 아니었다. 시간을 쏟는 것과 성적은 전혀 연관이 없었고 성적은 재능의 영역인거 같은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도 성적 이의제기를 하고 싶었으나 마땅한 근거는 없었고 결국 성적은 B0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성적은 확정된 채 겨울 방학이 되었고 습관처럼 메일을 확인해 보는 순간 중세사 교수님이 쓴 메일이 하나 도착해 있는걸 발견했다. 성적은 이미 확정되었는데 메일이라니 무슨 내용일지 급 궁금해졌다.


이런 메일이라고 보내볼걸 그랬나?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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