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국의 후예
이번에 다룰 나라도 중동 지역에 있는 국가로 오만이다. 예멘, 오만 'ㅇㅁ두음' 형제국(?)답게 항상 세트로 둘을 묶어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정리를 해보며 이것저것 살펴보니 현재 나라 사정은 둘 간에 현격한 차이가 나보였다. (예멘은 불안정, 오만은 나름 안정)
평소에 다른 많은 중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축구팀을 통해 오만을 접하곤 했는데 오만 역시 그 '침대 축구'의 일원이다. 바다에 접하는 면적이 어느 나라보다도 많아 해양세력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 같은 오만.
오만에는 어떠한 역사가 있었고 어떠한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을지 이번에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 오만 쇼크
지역: 사우디아라비아 밑 예멘의 오른쪽
영문 이름: Oman
면적: 3,095만 ㏊ (세계 69위)
인구: 510만 6,626명 (세계 119위)
언어: 아랍어
종교: 이슬람교 (수니파, 시아파도 아닌 이바디파)
통화: 오만 리알
오만 국기를 살펴보면 빨강, 흰색, 초록의 삼색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으며 왼쪽 위에 있는 문장이 꽤 그럴싸한 모습으로 표기되어 있다. 문장은 장검과 단검이 교차로 걸쳐 있는 모습인데 오만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듯 보인다.
오만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이슬람교이지만 이슬람의 양대산맥인 수니파, 시아파가 아닌 제3의 세력인 이바디파 성향이 많이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오는 듯했다. 사실 중동하면 시아파의 이란, 수니파의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주변의 여러 국가들과 세력들도 적어도 둘 중 하나의 세력에 소속되어 종교적 성향이 각 세력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굳이 멀리가지 않더라도 오만 왼쪽에 있는 예멘도 이 같은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치열하게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거고...
하지만 오만은 세력이 강한 두 세력에 속하지 않은 제3세력이기에 두 세력에서 자유롭고 또 두 쪽 모두와 사이가 꽤 좋다고 한다. 그래서 오만을 중동의 스위스라 부르며 오만에 여러 도시들은 각종 평화 협상의 장소로 활용되었다. 현재 오만 내에는 치안도 좋고 경제상황도 아주 나쁘지는 않다고 하는데.. 중동 내 중립국이라는 위치로 포지셔닝을 상당히 잘 한 느낌이다.
[무스카트]
오만의 수도는 오만만 초입에 위치하고 있는 무스카트라는 도시다. 예전부터 발달한 도시이며 바닷가에 접해 있는 항구도시다. 예로부터 선박들이 페르시아만으로 많이 들락날락했기 때문에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있는 이 도시가 예로부터 발달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던 1500년경 무렵 대항해의 선두주자 포르투갈이 이 곳을 점령해 그 이후 약 150여 년 동안 이곳을 지배했다고 한다. (전 세계 해양 세력의 거점이지 않을까 싶은 지역은 항상 포르투갈이 점령해 있는 느낌이다.. 뭐 당연한 건가?)
하지만 17세기 중반에 들어서서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이곳을 지배하던 포르투갈을 몰아낸 뒤 오만 제국이라는 해양 제국을 건설했다. 오만 제국은 지금의 오만 지역과 남부 이란 지역 그리고 동아프리카 소말리아와 탄자니아의 해안가를 아우르는 제국이었는데 당시 이 근방에서 나름 힘 꽤나 쓴 세력이었다고 한다. (해안가를 따라 구성되어 있으니 해적들의 국가라고 봐도 괜찮을듯) 이런 오만 제국은 수도를 현재의 오만 수도인 무스카트로 정했는데 이는 이곳이 이전부터 활성화가 된 지역이었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해상 무역에서 얻은 수익이 몰렸던 현재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도 활성화되어 잔지바르와 무스카트가 공동 수도 역할을 했다고..)
[무산담 반도]
구글 지도에서 오만을 검색하면 특이한 지역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위쪽 지도 끝에 있는 무산담 반도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오만 본토에서 떨어져 있는 월경지로 UAE와 바다에 둘러 쌓여 있는 지역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UAE가 7개의 토후 국가들이 모여 만든 국가라 원래 이곳도 UAE가 같은 일원으로 끼워 넣으려 했다가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이 오만에 속하기를 원해 이곳은 오만이 되었다고 한다. 본진인 오만 지역만큼이나 지리적으로 이란과 가까워 이란의 문화도 상당히 스며들어 있는 지역이라고..
이 지역은 중동임에도 산악지대가 많아 흔히 이곳을 "중동의 노르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검색을 해보니 지각이 이 지역에서 융기를 해 노르웨이에서 유명한 피오르 지형이 이 지역 해안 지역에 형성되어 그런 별칭이 붙은 거 같다. 그 덕택에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풍경이 상당히 은은하게(?) 느껴졌다.
대한민국 축구의 흑역사 중 하나로 2003년 10월에 2004 아시안컵 2차 예선 오만 원정 경기에서 겪은 충격적인 패배를 가리킨다.
위에 '기존 이미지'에도 적었듯이 전부터 오만은 그 나라보다도 '오만 쇼크'라는 별칭이 더 익숙했다. 아마 '오만 쇼크'는 1970년대에 중동지역에서 나온 '오일 쇼크'와 어감이 비슷해 만들어진 말 같은데 '오만 쇼크'는 2003년에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 2차 예선 원정에서 오만에게 3-1로 진 패배를 일컫는다. 지금이야 한국이 중동팀들에게도 많이 비기고 지기도 하고 (이란은 철벽 흑흑 ㅠ) 동남아시아 팀에게도 빌빌대면서 점점 아시아 팀들 간에 전력이 평준화되고 있지만 당시 오만 같은 국가는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는 나라로 인식했던지라 그 패배는 크게 다가왔던 거 같다. (지금도 오만은 약체로 평가받긴 하지만..)
이 시점이 또 2002년 월드컵 4강에 오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국민들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 높았던 것도 이 사건이 '쇼크'로 다가오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98 아시안게임이었나? 8강에서 태국한테 졌던 게 어릴 때라 그런지 더 충격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이 오만 쇼크 경기는 예선이었고 98 아시안 게임은 지고 바로 탈락해서 짐을 쌌던 걸로 기억)
암튼 '오만 쇼크'라고 불라는 경기를 통해 오만의 한 스타를 알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얼마 전까지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알리 알 합시다. 박지성이 맹활약하던 시기에도 활약했고 지금도 은퇴하지 않고 현역으로 뛰고 있는 걸로 아는데... 알 합시하면 개인적으로 위건 시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위건이 약팀계열이라 그때 알 합시가 혼자서 일당백 모드를 여러 번 보여줬던 걸로... 위건은 약팀이었지만 도깨비팀이라는 이미지도 같이 가지고 있었는데, 약팀을 도깨비 팀으로 업그레이드(?) 된 데에는 후방을 지키는 알 합시의 존재감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오만하면 오만 쇼크.. 오만 쇼크 하면 알 합시..
골키퍼임에도 유연하고 통통튀는 스타일이 매력 있던 선수로 기억하는데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길 바라본다.
알 합시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을 아래 링크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D5H_4N1Iwio
나라 왼쪽에 접해 있는 예멘이 중동에서 최악의 빈곤국과 위험 국가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오만은 그래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여행경보 1단계 발령이 되었던데, 그 이전에도 위험도 가장 낮은 단계인 '여행 유의' 정도로 지정되어 있었던듯.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오만을 살펴보며 중동과 동아프리카 지역에 형성되어 있던 16~17세기에 만들어진 오만 제국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오만 제국은 해상 제국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해적 세력이 드물게 표면에 드러난 형태가 아니었을지.. 예전 신라의 장보고나 일본의 왜구들, 명의 정화, 대항해시대 때 포르투갈 세력, 그리고 현재도 표면 아래에 있는 해적 세력들까지 이들 세력들을 표면에 드러내 지도 내에서 표시했으면 그 세력들이 더 체감에 와닿았을듯..
중동 내에서 중동답지 않은 느낌이 나는 오만.
피오르 지역은 언제 꼭 한번 가 볼 기회가 생기면 가보고 싶다.
이 역시 어서 코로나가 끝나야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그래서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결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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