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 있는 성당들이 나오고 '베키오 다리'가 나오고 여자 주인공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에 따라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목소리. 처음 이 뮤직비디오를 본 순간 새로운 가수의 뮤직비디오인줄 알았다. 하지만 보컬의 목소리가 들어보니 하드함의 정점을 달렸던 긁는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린킨파크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었다. 1집의 그 강렬했던 하드함은 어디갔는지 말랑말랑해진 변화에 당시에 무척이나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2.
사실 '린킨파크' 1집 'Hybrid Theory '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전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이게 외국음악이고 이게 외국하드락임을 느꼈다는.. 그래서 이런 노래를 들었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조금 있어 보이고 싶을땐 주변에 '린킨 파크'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1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Pushing me away'다) 그렇게 이어폰을 꼽고 다니면서 무진장 1집을 듣던 찰나 2집이 나온다는 소식이 나와 노래들을 들었는데, 한층 가벼워진 음악들에 보고 '홍대병'이 왔는지 화(?)가 났던거 같다.
3.
하지만 듣고 또 들으니 지금은 2집을 1집보다 더 좋아한다. 위에 언급한 피렌체가 배경인 뮤직비디오의 주인인 'numb'은 진짜 닳고 닳도록 들었을 정도고 'Faint', 'Breaking the habit', 'Easier to Run' 등을 비롯한 노래들도 몇번 들었는지를 모르겠다. 단 이 앨범 한가지 흠이라면 타이틀 곡이었던 'Somewhere I belong'이 살짝 아쉬웠다는 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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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에서 추천하고 싶은 곡 중 세 노래에 대해서 조금만 더 설명하면 먼저 'numb'이다. 위의 그 피렌체 배경인 그 음악으로 2집을 대표하는 노래라고도 할 수 있을거 같다. 기록적으로도 이 영상 유튜브 조회수가 무려 20억이 넘었다고 하는데, 이게 유튜브 시대 전에 나온 영상 중엔 1위라고 한다. 이 노래는 또 Jay-Z와 협업을 한 버전이 후에 나왔는데, 이 버전도 꽤나 인기를 끌었다.
'faint'도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은 곡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컬이 지르는듯한 느낌이 드는게 특징인데, 노래가 좋아 노래방에서 선곡했다가 매번 목만 갈리곤 했었다. 이 곡은 예전에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TV로 중계되었을때 아이옵스라는 회사가 후원한 대회의 오프닝 곡으로 쓰였었다. 이 곡에서 지르는 부분 가사가 'I want to be ignored'인데 이 부분이 이 대회 우승자였던 이윤열 선수를 예측했다는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아이원투비 이그노어' '아이옵스배 이윤열' 빠르게 발음하면 비슷한 느낌.
마지막 'Breaking the habit' 같은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도로를 질주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노래다. 하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habit이 '(마약으로 인한) 습관성 중독'이라는 뜻으로 어릴때 마약을 가까이했던 보컬 체스턴 베닝턴이 자신의 마약으로 인한 고통과 그 몸부림을 표현한 곡이라 할 수 있다. 보컬 분의 인생이 담겨 있는 곡이라 인기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작년 이 앨범은 20주년이었고 20주년을 기념해서 새로운 패키지 앨번이 발매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2017년부터 자살한 뒤, 린킨파크는 그간 가져왔던 색깔을 그 무렵 잃었다고도 볼 수 있다. 술 한잔을 하고 가끔 코노에 가면 린킨파크 노래를 지르곤 한다. 무척이나 힘들지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런 느낌이 드는데 이게 린킨 파크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렬한 1집과 너무나도 말랑해진 3집 사이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준 이 2집. 아직 린킨파크의 노래를 못들어보셨으면 이 앨범으로 입문 한번 해 보시는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