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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아일보 Dec 01. 2016

잘못된, 혹은 위험한 훈육법

동생의 팔을 주먹으로 때린 아이, 엄마는 “너, 동생 때리지 말라고 했지? 어디 너도 한번 맞아 봐. 동생이 얼마나 아플지 느껴 봐” 하며 아이의 팔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동생의 아픔을 공감했을까? 그리고 다시는 때리지 말아야겠다며 깊이 뉘우쳤을까?


게임을 하루 30분만 하겠다는 아이가 오늘은 50분을 했다. 아빠는 한 달 동안 게임을 금지했다. 아빠는 아이와 미리 약속했기 때문에 정당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이렇게 해야 한 달 뒤 다시 게임을 하게 되었을 때 이전보다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고 믿었다. 과연 아이는 다음에는 좀 더 잘 조절하게 되었을까? 



아이가 잘 놀다가 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 당장 네 방 ‘생각의 의자’에 가서 앉아!” 아이는 “싫어! 싫어! 안 가! 안 간다고!” 발을 쾅쾅 구르며 악을 썼다. 엄마는 발버둥치는 아이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 ‘생각의 의자’로 데려갔다. 아이는 의자 앞에서도 앉지 않으려고 두 다리를 뻗댔다. 엄마는 “어디!” 하며 억지로 의자에 앉힌 뒤 문을 쾅 닫았다. 그러고 꾸욱∼ 잠금장치를 눌렀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잘 생각해 봐.” 아이는 “엄마, 열어! 열어!” 하면서 문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면서 울부짖었다. 잠시 뒤 조용해졌다. 아이는 지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중일까?


우리가 흔히 쓰는 훈육 방법 중에는 잘못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앞의 세 가지이다. 


우선, 폭력을 쓴 아이에게 폭력으로 되갚아 주는 ‘너도 똑같이 당해 봐’ 식의 훈육이다. 이런 방법은 훈육이라기보다는 폭력 교육이다.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오히려 약간 강화된 형태로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나쁜 행동을 안 하기는커녕 훈육자의 공격성을 다시 모델링하여 더 폭력적이 될 수 있다.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 방법이다. 



다음은 ‘약속 어겼으니, 너 이제 못할 줄 알아’ 식의 훈육이다. 보통 게임이나 TV 시청 시간, 스마트폰, 용돈 등에 많이 쓰는 방법인데, 사실 적절히 제한만 하면 나쁜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적절히’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그 기간이 일주일, 한 달 정도로 너무 길다. 


어린아이일수록 너무 길게 제한하면 못 견딘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몰라 몰라 약속하든지 말든지. 그냥 실컷 하고 혼나고 말지’가 된다. ‘적절히’란 하루, 이틀 정도이다. 어린아이일수록 제한은 짧게 두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에게 어떤 제한 설정을 할 때는 늘 조절이나 한계를 가르치기 위함이지, 기회를 박탈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는 요즘 인기 있는 ‘타임아웃’ 식의 훈육이다. 가정에서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생각의 의자’ ‘생각의 방’이 등장하면서 이 방법을 정말 많이 쓴다. 타임아웃은 잘 쓰면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어려움이 있다. 



예전 한 실험에서 동양 사람들과 서양 사람들에게 각각 넓은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서 있어 보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드문드문 섰다. 하지만 동양 사람들은 공간이 그리 넓은데도 다닥다닥 붙어 섰다. 우리 정서와 문화도 서로 밀착되고 붙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부모 자녀 관계에서도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매달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타임아웃을 조금만 잘못해도 아이는 부모 혹은 교사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낄 수 있다. ‘생각의 방’에 안 간다고 우는 아이가 많은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이다. 벽을 보고 서 있으라는 벌도 아이는 타임아웃과 비슷하게 느낀다. 

더군다나 ‘생각의 의자’에 가서 앉으라고 말할 때, 우리 부모들은 너무 무섭다. 잘 적용하려면 감정은 빼고 약간 사무적으로 단호하게만 하면 된다. 타임아웃은 안정된 너의 공간에서 너 스스로를 진정시켜 보라는 것이다. 겁을 주거나 협박할 필요가 없다. 


외국의 아이들은 타임아웃으로 가게 되는 장소를 ‘자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벌을 받는 독방’이라고 느낀다. 


일러스트레이션=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해볼 때, 나는 타임아웃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부모가 아이와 마주 앉아 가만히 지켜보면서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 훨씬 더 적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훈육은 아이 성질이 나빠서 혼내고, 아이 잘못을 벌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알아야 하는 옳고 그름을 가르치고, 조절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훈육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며, 아이에 대한 더 큰 사랑의 표현이다. 

글: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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