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기르는 사람과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동아일보는 2012년 10월 주말섹션에서 개 주인과 고양이 주인의 차이를 짚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16년. '개엄마'와 '냥집사'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0년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전체가구의 17.4%에서 2015년 21.8%로 증가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2015년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수가 2012년 대비 63.7% 증가한 점입니다. 1인 2인 가구가 늘어나며 독립적인 고양이의 습성과 현대인의 생활패턴이 잘 어울리며 일어난 현상이라고 추정하네요. '개엄마'와 '냥집사' 어떻게 닮고 어떻게 다를까요.
'강아지처럼 친구 잘 사귀는 애견파… 고양이처럼 혼자가 더 좋은 애묘파(동아일보 2012.1016)' 기사를 소개합니다.
#1. ‘개는 사회적 동물이다. 놀이를 좋아하고, 감정에 솔직하다. 고양이는 단독으로 생활하는 동물이다. 사람이 없어도 본능적 습성에 따라 혼자 있는 것을 낯설어하지 않는다.’김옥진 원광대 교수(애완동식물학)가 쓴 ‘애완동물학’(동일출판사·2012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개와 고양이, 두 동물의 습성은 확연히 달라 보인다.
#2. 미국 샌디에이고대의 니컬러스 크리스텐펠트 교수팀은 2004년 심리학 전문학술지인 ‘심리과학’에 ‘개는 주인을 닮을까?’란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애완동물이 주인을 닮기보다는,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선택할 때 어느 정도는 자신과 닮은 것을 고른다고 결론지었다. 이듬해 베네수엘라의 한 연구팀도 ‘동물행동학 저널’에 비슷한 주장의 논문을 투고했다.
요약해보자. 첫째, 개와 고양이는 다르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애완동물을 기르려 한다. 그렇다면 개를 기르는 사람과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여기에 답변이 될 만한 자료가 있다. 한국리서치의 타깃그룹인덱스(TGI) 조사결과다. TGI는 원래 1년에 3번(1∼3라운드) 전국(제주 제외) 11∼64세 남녀 3000여 명씩을 조사한 뒤 이전 2개 라운드 결과와 합산해 결과를 발표한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2011년 3라운드, 2012년 1라운드, 2012년 2라운드(6∼8월 조사) 조사결과를 합쳐 개와 고양이 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봤다.
구체적으로는 각각의 질문에 대한 전체 응답자의 동의(‘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 비율을 100으로 두고,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답변 비율을 환산하는 방식으로 인덱스(지수)를 구했다. 예를 들어 A라는 명제에 전체 응답자의 50%, 개 주인 60%, 고양이 주인 40%가 동의했으면 A에 대한 인덱스는 전체 평균 100, 개 주인 120, 고양이 주인 80이 된다.
누가 개와 고양이를 키울까
북미지역의 반려동물 중에는 이미 고양이가 개보다 많다. 유럽도 마찬가지고 이웃 나라 일본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개의 수가 압도적이다. TGI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9690명 중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1484명(15.3%)이었는데, 열에 일곱(1010명)은 개를 키웠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120명에 불과했다.
다만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 애완동물 중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3.5%에서 최근 8.1%로 6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여성 애묘인(愛猫人)의 성장세가 놀랍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여성 중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의 비율은 2006년 3.9%에서 최근 9.1%(남성 6.9%)까지 높아졌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4.0%로 가장 높고, 60대 이상이 1.6%로 가장 낮았다. 60대가 키우는 애완동물은 열에 아홉이 개다.
김옥진 교수는 “한국에서는 유달리 고양이에 대한 미신이 많아 직접 키우기를 꺼려 왔다”며 “세대가 바뀌면서 심리적 장벽이 없어졌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한 젊은이들이 고양이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애완동물 습성을 닮은 주인들
개 주인의 특성으로는 우선 뛰어난 사회성이 발견된다.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사귄다’(114), ‘의사표현을 잘한다’(110),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블로그나 댓글로 의사표현을 한다’(115) 등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본래 무리를 지어 살던 사회적 동물이고, 사람들에게도 잘 다가서는 개의 습성과 아주 비슷하다.
도전적인 성향도 두드러진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일생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110), ‘나는 인생의 도전, 새로움, 변화 등을 추구하는 편이다’(110) 등에 상대적으로 많이 동의했다.
진용석 씨(31)는 지난해 8월 ‘코난’과 ‘엘리’(이상 래브라도 레트리버)를 분양받고 난 뒤 아예 개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 8년간 다니던 직장까지 관뒀다. 부모 설득에 수개월, 건물주 설득에 수개월이 걸려 결국 7월 애견카페를 열었다. “개 덕분에 확 바뀐 인생”이란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이다. 단적으로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나의 입장을 주장하는 편이다’(116), ‘남들이 다 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135), ‘밖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아무렇지 않다’(121), ‘나를 위한 투자는 아깝지 않다’(129) 등에 동의 비율이 높다.
반면에 ‘전통적인 관습이나 믿음을 존중한다’(77),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83), ‘술은 분위기를 위해 조금은 마셔야 한다’(82), ‘친구들과 같은 상표를 사는 경향이 있다’(72) 등에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이었다.
고양이 관련 인기 트위터리안 황유라 씨(여·게임기획자)는 ‘벤츠’(아비시니안)와 ‘메르세데스’(래그돌) 2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혼자 놀기 좋아하고 독특하다는 등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인정했다. 그 역시도 벤츠를 데려온 2010년 초부턴 무조건 일찍 집에 들어온다고 고백했다. 황 씨는 “그렇다고 고양이 때문에 친구관계가 멀어진 건 아니다. 그보다는 고양이를 매개로 친해진 사람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정솔 씨(여·그래픽디자이너)는 한 포털사이트에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라는 웹툰을 연재한다. 그는 일곱 살 때부터 ‘낭낙’(믹스견)이를 키워왔고, 독립한 뒤에는 2년째 ‘순대’(믹스묘)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개 키우는 친구들은 보통 밝고 명랑한데, 고양이와 사는 애들은 전반적으로 조용조용하고 상냥한 편”이라며 “전 성향이 개였는데, 순대를 키우다 보니 점점 차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비슷한 점도 많다. 둘 다 ‘음악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개 112, 고양이 113)라고 여기며, ‘아름다워지기 위해선 성형을 해도 괜찮다’(개 110, 고양이 116)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특이하게 보이고 싶어’(개 108, 고양이 122) 하고,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개 110, 고양이 120)는 바람도 크다. 또 ‘애완동물은 가족과 마찬가지’(개 188, 고양이 187)라고 여기면서, ‘결혼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개 119, 고양이 140)는 사람이 많다.
애완동물이 중심인 생활패턴
사실 개나 고양이가 주인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혼자 있을 수 있느냐의 차이다. 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집을 쉽게 비울 수가 없다. 반면에 고양이는 낮에는 주로 잠을 자고 2, 3일 정도는 혼자서도 큰 무리 없이 지낸다. 그 대신에 개는 어디든 데려갈 수 있지만,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고양이는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정 씨는 “아빠 엄마와 함께 개를 키울 때는 누구든 한 명은 반드시 집에 있었고, 여행을 갈 때면 낭낙이도 꼭 데려갔다”며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개보다 고양이가 키우기 쉽다는 건 절대 아니다. 황 씨는 명절처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지인들에게 ‘탁묘(託猫)’를 부탁하지만 여느 20대 여성처럼 해외로 휴가를 떠나 본 적이 없다. 잠시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털이 엉키고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황 씨는 “모든 생활이 고양이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진 씨의 경우는 애견카페 한쪽에 방을 마련해 두고 아예 개들과 24시간을 지낸다.
이들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 가지만큼은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동물도 쉽게 키울 순 없다”라고.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가족을 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많은 사람이 충동적으로 선택하다 보니 지금처럼 유기견, 유기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적합한 애완동물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개는 150종, 고양이는 40종이 넘는다”며 “반려동물을 고를 때는 집안 환경, 본인 성향, 식구 수 등을 전문가들에게 알려준 뒤 추천을 받아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게재일: 동아일보 2012.10.06
글쓴이: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