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5호] 으네제인장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화분에게 유명세를 빼앗겨버린 진짜 ‘벌’에 대한 이야기>
지난 5월 벌에 둘러싸인 안젤리나 졸리의 화보를 봤다.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정확히는 꿀벌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온몸에 여왕벌의 향을 묻힌 채 꿀벌들을 모아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여왕벌이 자신을 보살피는 꿀벌들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향을 뿜어내는 행위를 따라한 것).
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지게 된다는 건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 십여 년 전에는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꿀벌의 이동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핸드폰에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지 못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안젤리나 졸리가 꿀벌과 함께 찍은 화보를 세계 꿀벌의 날에 맞춰 공개했다고 한다.
꿀벌은 벌목 곤충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벌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꿀벌들이 만들어내는 꿀은 이미 대중적인 식재료로 쓰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유행했던 밀랍초와 건강보조제의 재료로 알려진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화분 또한 꿀벌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친숙한 부산물이기도 하다.
개체 수가 줄고 있는 것은 비단 꿀벌 뿐 만이 아니라 말벌, 뒤영벌(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범블비 Bumble bee나 험멜Hummel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등의 다른 종류의 벌 또한 마찬가지이며, 실은 꿀벌보다는 그런 야생벌의 개체 수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른 벌들 보다는 이용할 가치가 더 높은 꿀벌에게 훨씬 더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꿀벌 생물학자인 위르겐 타우츠와 양봉가인 디드리히 슈텐의 <벌꿀 공장>은 다른 벌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오직 꿀벌과 벌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공장이라고 하면 얼핏 꿀벌을 학대하는 공간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독일의 유명한 동화인 <꿀벌 마야의 모험>을 토대로 만든 영화<마야의 모험>에서도 벌집을 두고 ‘꿀벌 공장’이라고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벌집과 꿀벌에 대해 알아갈수록 공간과 역할이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는 모습이 나역시도 집보다는 공장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은 꿀벌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알만한 이야기보다는 생경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양봉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꿀벌을 직접 접할 일이 적은 일반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선 소나 돼지처럼 가축화가 시작된 꿀벌에 대해 밝히고 간다. 책의 설명에 의하면 이미 꿀벌의 생태계는 야생의 힘 만으로는 존속이 어려워진 듯 하다. 그리하여 꿀벌과 사람은 서로를 이용하며, 혹은 도우며 더욱 친밀한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그 덕에 책 한 권을 꿀벌에 대한 이야기 만으로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한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꿀벌에 대해 설명하는 것 뿐 아니라, 꿀벌과 공존하기 위해 양봉가들이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 <벌꿀 공장>은 꿀벌과 벌집에 대해 알려줄 뿐 아니라, 꿀벌과 인간이 공생하는 방식과 그 필요성, 그리고 꿀벌의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 ‘벌꿀 공장’을 견학하는 컨셉의 책이라 더 깊게 파고 들어야 할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지만 꿀벌들에 대한 이해가 일반 사람들에 비해 높은 양봉가들이라면 알 법한 정보나 양봉가들도 알지 못할 만한 정보들이 실려있다.
꿀벌이 아닌 다른 벌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보존 생물학자 소어 핸슨의 <벌의 사생활>을 읽는 편이 좋다. 벌목을 태초의 벌인 말벌과, 채식과 공동체 생활이라는 방식으로 진화한 꿀벌로 구분하고, 꿀벌을 제외한 다른 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꿀벌에 비하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조금은 생소하고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말벌, 땅벌, 구멍벌들에 관한 것들을 알 수 있다.
태초의 벌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어떻게 진화했는지, 꿀벌이 나타난 후부터의 생태계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벌꿀 공장>이 꿀벌과 벌집, 양봉에 집중한 책이라면 <벌의 사생활>은 모든 벌목 곤충과 생태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환경과 벌이 어떻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우리가 왜 벌을 보호해야 하는 지를 알고 싶다면 두 책을 모두 읽어보는 걸 권하고 싶다. 벌이 진화한 방식과 인간이 그들에게 끼친 영향,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고 고민해 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면 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
*그 밖에 어린이에게 추천하는 벌 관련 그림책
<꿀벌>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글 피오트르 소하 그림 이지원 옮김 풀빛
*꿀벌과 양봉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허니랜드> 류보미르 스테파노프, 타마라 코페프스카 2019
글쓴이. 으네제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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