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3호] 김성의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현존이라 불리며 내 생각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지 않고 현재의 상태에 온전히 머무른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마음(생각)이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상상으로 가득 차 있으면 그 안에 갇혀 사는 것이며 괴롭고 불안하다고 해요. 그 세계는 실재하지 않는 환상입니다. 반면, 지금의 세계는 실제로 있는 진실한 곳입니다. 우리가 생각에 빠지지 않고 지금 여기에 충분히 머물러 있으면 자유와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뇌는 잠자는 시간 빼고 종일 생각을 합니다. 그것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철학을 공부하고 명상, 불교에 대해 글을 쓰는 디르크는 한 마리 개로부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라는 책을 소개 해 드릴게요.
“냄새 날 때가 있는가 하면 목욕할 때도 있는 거지. 삶은 늘 새로운 찰나의 연속이야. 누가 공을 던져주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러지 않는 때도 있어.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와서 다 젖게 되는 게 삶이야.”
디르크는 하루종일 생각을 하며 보낸 나머지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보바를 데리고 산책을 갔는데 보바가 물고 있던 나뭇가지가 위험해 보였어요. 디르크는 빼앗으려고 허리를 굽혔습니다. 그 순간 보바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고 디르크는 나뭇가지에 정통으로 맞아 머리를 땅에 박고 쓰러져 버렸습니다.
디르크는 평소에 수많은 질문을 하고 찾을 수 없는 답에 괴로웠어요. 모든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에도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스승을 찾아가 머리를 한 대 쳐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죠. 때마침 보바 덕분에 생각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어때. 내 덕분에 생각을 잠시 멈출 수 있었잖아.”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디르크는 인생에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살았습니다. 거창했던 계획이 한번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지만, 계획이 무너지면 즉시 플랜 b를 만들며 다른 대안은 없을까 늘 고민했습니다. 어느날 보바가 개울가에서 잠이 든 모습을 보았는데 평화로운 고요가 느껴지고 보바가 만족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바는 자연의 그 무엇도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개울은 흘러갈 뿐이고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며 그 어떤 것도 인간적인 생각처럼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디르크는 계획과 생각에 빠져있던 삶에 더 집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명상을 했고 계획표는 짜지 않았으며 조깅하고 싶을 때 조깅을 했어요. 긴장을 풀면 풀수록,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덜 할수록 모든 것이 쉬워졌고 저절로 돌아갔습니다.
보바는 매일 같은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삽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자기를 계발하고 진리에 다가가는 것 모두 보바에게는 필요치 않았고 햇살이 내리쬐든 빗방울이 떨어지든 보바는 있는 그대로 느꼈습니다.
순수한 슬픔
보바는 이웃집 친구 찰리가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자 크게 슬퍼했습니다. 항상 찰리 집 주변을 배회했고 평소답지 않게 만사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했어요, 평소에 좋아하던 삑삑이 공에도 관심이 없고 밥까지 먹는둥 마는둥 했습니다.
며칠 후 보바의 상태가 조금 나아지자 디르크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보바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나섰습니다. 찰리의 집을 지나칠 때 보바는 울타리를 샅샅이 냄새 맡아 보고 나서 공원으로 천천히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예전의 보바로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애도의 시간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보바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자신을 온전히 맡겼습니다. 순수한 행복 그 자체가 되듯이 순수한 슬픔 그 자체가 된 것입니다.
보바는 항상 찰리와 함께 뛰고 뒹굴며 놀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찰리가 떠나버렸습니다. 보바는 이해할 수 없었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슬퍼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눈물을 다 쏟고 나자 변화가 일어났고 세상은 다시 돌아갔습니다. 보바는 슬픔에서 빠져나왔으며 그것은 친구를 잊어서가 아니라 애도의 기간을 제대로 끝냈기 때문입니다.
그냥 좀 놀자고
디르크는 명상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은 온갖 수다로 시끄럽고 온몸이 비비 꼬일 정도로 지루했어요. 그런 디르크를 바라보던 보바가 목이 떨어진 곰돌이 인형을 디르크에게 툭 던졌습니다. 침범벅의 곰돌이를 보자 디르크의 생각이 멈추었고 보바가 그냥 좀 놀자고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철학과 불교를 공부하는 디르크에게 보바는 참된 스승이였어요. 우리가 느껴야 할 행복은 머릿속 생각의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현재에 있다는 것을 보바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현실에는 좋은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슬픔과 화, 신체적 질병, 공포도 있습니다. 보바는 그런 것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낍니다. 그리고 매일 맛있게 먹고 움직이며 즐겁게 삽니다.
여러분은 털북숭이 스승에게서 무엇을 배우시나요?
글쓴이. 김성의
©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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