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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Jun 15. 2021

묘한 철학

[작은 친구들 4호] 김성의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문래동 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 공방 별난’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경제, 생태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신승철 작가의 묘한 철학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묘는 예상하신 것처럼 고양이입니다. 철학과 고양이가 무슨 관계이지? 의아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행동을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의인화시키거나 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든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이니까요. 그들의 삶을 관찰하며 얻는 영감을 우리의 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고양이는 평화롭고 고요하지만 자기주장도 있는 동물입니다. 고양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만히 관찰합시다. 그리고 고양이의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면 우리는 그들을 철학자라고 불러도 괜찮을 겁니다. 우리의 인생에 영감을 주는 고마운 고양이들이니까요.



생명은 더불어 살아간다


고양이 모모와의 첫 만남은 떠올렸을 때 가슴이 아픈 기억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작고 마른 새끼 고양이가 건물 현관 앞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 보였고 병원에서도 안락사를 권유할 만큼 심각했지만 작가님은 아내와 함께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여 살려냈습니다. 모모가 건강을 회복하자 새 삶을 얻은 것처럼 기뻤다고 해요. 그 날의 기쁨, 감격, 환희는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큰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다음 해, 길거리를 떠도는 새끼고양이가 또 들어왔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안구가 부풀어 올라 적출 수술을 해야 했어요. 이번에도 아픈 고양이를 돌보는데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첫째 모모가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새끼고양이를 핥아주고 돌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똥을 누고 나면 핥아주고 보듬고 재우는 일 대부분을 모모가 했습니다. 이 두 마리의 고양이와 부부는 함께 어려운 시기를 건넜고 이로 인해 성장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생명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맞는가 봅니다.


 지금, 여기, 내 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


어느 날, 나이 많은 집고양이 대심이가 집을 나갔습니다. 부부는 문래동 철공소 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니며 찾았는데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동네 예술가들, 연구소 사람들 모두 총동원하여 샅샅이 뒤졌지만 큰 소득이 없었어요. 마음이 참 힘들었습니다. 고양이 탐정을 수소문해서 연락한 후에야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특성상 멀리 가지 않았을 테니 해 질 무렵에 연구실 주변을 다니면서 대심이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라는 조언을 받고 희망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수레 안쪽에서 다급한 ‘야옹야옹’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 작가님은 대심이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깨달았다고 해요. 대심이는 18시간 동안 갇혀있으면서 두려움이 엄청났었는지 구출 후에 한동안 구석에서 떨다가 밥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대심이가 살아가는 시간은 생명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대심이를 되찾은 순간은 하나의 삶을 되찾은 부활의 순간과도 같았습니다. 존재가 주는 삶의 기쁨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생명은 모두 고통을 느낀다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는 한 친구가 “동물이 아프다는 걸 안다는 것은 인식론상으로 불가능한 가설이야!”라고 단언했다고 합니다. 부부에게 찾아온 첫 번째 고양이 모모가 아픈 것은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모는 아프다고 표현했으며 그 마음은 분명히 부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인간이 생명과 자연으로부터 독립되어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불과합니다. 만약 인간이 기쁨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생명과 자연이 불쾌와 고통 속에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일 수 없습니다. 생명과 자연, 인간까지 포함한 커다란 생명 공생이 있습니다.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인간이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생명의 마음, 그 깊이와 넓이 그리고 높이

 

무의식은 생명이 가진 마음의 깊이를 잘 표현하는 개념입니다. 무의식에는 삶을 살아가는 생명이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양이 대심이가 석양의 노을을 조용히 바라보는 순간, 이 고양이의 마음속에 태양이 있을 겁니다. 고양이와 태양은 둘 다 생명의 힘이 있습니다.

생명이 가진 높이는 길고양이 어미한테서 발견됩니다. 어미 고양이가 온몸을 바쳐 새끼를 보호할 때, 작가님은 위대한 생명의 마음, 높이의 무의식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묘한 철학 저자 신승철 님은 철학을 공부하면서 그 지식의 중심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양이와 함께 살고 희로애락을 겪으며 공존하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철학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알려주지만, 그 중심이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다면 진리에 다가서기 힘들 것입니다. 동물은 의식이 없는 게 아닙니다. 삶의 감정이 있습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묘한 철학은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주는 삶의 영감, 여러분도 느끼시나요?



글쓴이. 김성의

©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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