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시작하는 아이와의 대화, 3가지 실천 방법

by 진동철

일요일 아침 스벅에 앉아 아이가 선물해준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있다. 자기가 e-Book으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나에게 책으로 사서 선물해 준 책이다. 사실 에세이 스타일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가 선물해준 책이라 열심히 읽고 있다.


직딩1년차인 큰딸아이는 고등학교 까지는 책을 전혀 읽지 않다가 정작 대학 들어가더니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회사 다니거나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도 종종 "책을 안 읽으니 바보가 되는 기분이야."라고 하면서 책을 찾는다. 그렇게 읽은 책들 중 몇 권은 종종 나에게도 넘겨주면서 읽기를 권한다. 주로 <꾸뻬씨의 행복여행>, <이방인> 등 소설이긴 하지만 나도 열심히 읽고 소감을 얘기해 준다.


나도 종종 책을 추천해 준다. 아이 옆에서 책을 읽으면서 낚시인듯 아닌 듯 넌즈시 던져줄 때가 있다. 물론 주로 아이가 관심있을 만한 분야의 책들이다. 최근 추천한 책들은 <자기결정>,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와 같이 아이가 관심있는 기후, 언어 분야의 책들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책을 열심히 읽었냐? 고등학교 때는 아니었잖아?"라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아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책읽기에 관심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친해지기도 하고 밤샘 책읽기 대회도 참가했었다고 한다. 음.. 책 좋아하는 게 엄마아빠의 영향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가? ㅋ 아이의 성향도 있지만 그래도 평소 엄마아빠의 행동이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ㅎㅎ


아래는 나의 경험에 기반한, 아이와 책으로 소통하는 법 3가지이다.


1.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솔선수범이다.


평소 엄마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거실에도 책 한권 놓고 틈틈이 읽고 아이와 카페에 간다면 각자 책읽기도 하고... 엄마아빠는 읽지도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 읽어라'라고 말하는 건 게가 옆으로 걸으면서 자식들에게 앞으로 걸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식탁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한번은 존 듀이의 <경험과 교육>을 읽고 있었는데 대학생이던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나도 이 사람 알아! 학교에서 배웠던 것 같아!" "오~ 그래? 이 사람을 알아? 대단한 걸!" 하면서 대화가 이어진다.


가끔 주말에는 아이와 카페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기도 하는데 그때도 아이가 내 책에 관심을 보인다. 작년에는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을 읽고 있었는데 내가 읽고 있는 것을 보더니 자기도 카프카를 안단다. "가장 유명한 게 뭐야"라고 물었더니 "변신! 나도 그 정도는 알아."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다 읽으면 자기에게 달란다. 자기도 읽겠다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책을 통한 대화가 발생하고 책 추천으로 이어진다.



2. 책 권하기는 부담없는 제안이어야 한다.


책을 권하면서 다 읽으면 독후감을 쓰라느니 꼭 소감을 말하라느니 하는 조건은 걸지 않는게 좋다. 대신, 다 읽은 것처럼 보일 때 가볍게 물어본다. 읽은 소감이 어땠는지. 이때 타이밍, 톤&매너가 중요하다. 스치듯이 물어봐야 한다. 부모의 질문이 의도적인 것처럼 느껴지면 아이는 뭔가 꼭 교훈을 얻어야 하거나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다음부터 부모가 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 밥먹을 때라든가, 같이 차타고 간다든가 할 때 스치듯이 물어본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렇다. ㅋ)


엄마아빠가 먼저 읽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읽어봤는데 참 좋더라. 너도 한번 봐봐"라는 식으로 권할 수 있다.



3. 평소에 아이가 어떤 분야에 관심있는지 관찰했다가 그 분야 책을 추천하면 좋다.


이렇게 해야 ‘읽어라’라는 직접적인 지시보다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확률이 높다. 우리 아이는 기후, 언어, SF소설 등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자기결정>,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등은 기후, 언어 등에 관심많은 아이에게 내가 권해준 책이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건 부모로서 매우 즐거운 일이다.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쪽에 관심있는지 알게 되고 엄마아빠의 생각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진다. 책을 통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욱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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