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산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구요!
원고인 남편 측 변호사라는 사람은 냉정하기 그지 없었다. "본인이 아니시면 답변서를 써서 제출하세요."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그 말 속에 '불륜 저지르고도 아니라는 사람들 많지'라는 느낌이 팍팍 전해져 더 짜증이 날 뿐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 말이냐구!!!"
나는 사람을 잘못 특정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난 억울하다고. 난 그쪽이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그렇지만 변호사는 법원 직원과 마찬가지로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시계는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우체국 복도는 어두침침해졌고 난 복도 한켠 책상 있는 곳에서 계속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다. 우선 집에서 걱정하고 있을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와이프는 '어떻게 법원이 그런 실수를 하냐?'며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정말 큰일에 연류된 게 아니고 실수인 거니까. 내가 답변서를 써서 제출해야 한다는 말을 했더니 와이프는 다시 화를 냈다. 어떻게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실수를 해놓고 우리가 직접 답변서를 쓰면서까지 풀어야 하냐고.
와이프와 통화를 끝내고 다시 천천히 소장을 들여다보았다. 한장한장 넘기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왜 내 이름이 여기에 들어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연유는 이러했다.
부인인 박영희라는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는 것 같아 남편인 김철수가 미행을 했다. 친정에 있다고 해서 친정집에 쫒아가보니 방금 나갔다고 하고, 아이들도 방치하는 등 의심스런 정황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산청에 있는 글램핑장에 다른 남자와 숙박하는 것을 남편의 지인이 봤고 사진까지 찍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부인에게 '진동철이 누구냐?'라고 했더니 부인이 당황했고 남편은 상대방이 진동철인 것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데 진동철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갑자기 툭 나왔는지 모르겠다. 소장을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쨋거나 처음 이혼소송을 제기할 때는 피고가 '박영희, 불명'이었다.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진동철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고 변호사를 통해 글램핑장에 사실확인을 해서 진동철의 연락처와 주소를 찾아내서 나에게 소장을 보낸 것이었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글램핑장에서 직접 사실확인을 해준 것은 아니다. 네이버 예약을 통한 것이라 글램핑장에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고 변호사가 다시 네이버에 사실확인을 해서 찾아낸 것이다. 그 과정도 복잡한데, 네이버에 '2023년 8월 30일~31일 산청 OO글램핌장에 투숙한 진동철이라는 사람의 연락처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네이버가 '진동철이라는 사람의 연락처는 '010-xxxx-xxx'라고 답변했고 변호사는 이 정보를 가지고 다시 통신 3사에 사실확인을 했고 그 중 한 군데인 KT에서 '010-xxxx-xxxx 번호를 가진 사람의 주소는 서울시 양천구 ooooooo'라고 답변한 것이었다.)
결국 남편이 진동철이라는 이름을 어떤 방법으로든 알게 되었고 확인을 했더니 정말 진동철이라는 이름으로 글램핑장도 예약했고 부인도 당황해해서 피고로 특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막힐 일이 있나... 내가 산청에 있는 글램핑장을 예약했다고? 난 바로 네이버로 로그인해서 예약 정보를 확인했다. 그런 예약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누군가 나 몰래 내 이름으로 네이버 예약을 했다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황당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울화가 치민다는 와이프를 진정시키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소장에 나오는 남편이 운영한다는 식당이었다. 창원 상남동에 있는 식당인데 소장에 식당 이름이 나와 있어서 지도검색으로 식당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다. 내가 왜 설연휴 전날 밤에 이런 전화를 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보세요?"
왠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