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책이 없어도 리더가 될 수 있을까?

교수자로서 내가 실천하는 리더십

by 진동철

나는 직장생활 28년 중 마지막 12년간 팀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조직을 떠나고 나니 더 이상 나를 따르는 팀도, 이끌어야 할 팀원도 없게 되었다. 물론 지금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지만, 조직을 ‘관리’하거나 ‘지휘’하는 위치는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리더가 아닌 걸까? 리더십을 발휘할 자격도 없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직책이나 승진과 연결해서 생각한다. 그러나 리더십은 ‘영향력을 주는 행위’ 그 자체이다. 팀장, 임원, 공장장, 부서장과 같은 직책으로 임명된 리더십(assigned leadership)은 조직 내의 직위를 근거로 한 리더십을 말한다. 반면 자생적 리더십(emergent leadership)은 직위에 임명되지는 않았지만 일정기간에 걸친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생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 지각되는 경우를 말한다.


교수자, 강사, 코치, 멘토, 선배… 이들은 공식 직책 없이도 누군가의 생각과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말 한마디, 피드백 한 줄, 반응 하나가 누군가의 진로나 태도를 바꾼다. 이것이 리더십이다. 교수자인 나 역시 리더라고 생각한다. 권한에 따른 영향력은 행사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강의와 대화, 조언을 통해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수업 중에 우리는 다양한 리더십 이론을 다룰 때면 이런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나의 리더가 그동안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어떤 리더십 모습을 띄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리더와의 상호작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얼마전 수업에서 진행한 "나의 핵심가치 3개 찾기" 실습은 수강하는 선생님들에게 인생의 기준과 모토를 성찰해 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리더십은 교수자이자 퍼실리테이터로서 실천하는 리더십이다. 강의는 지식 전달을 넘어 "자기 자신을 리드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강의 중에 선생님들을 지시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지고, 생각에 스파크가 튀도록 만들고, 더 넓은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살짝 낯간지럽긴 하지만...어쨋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기업강의할 때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내 강의 스타일인 것 같다. ㅋ) 이는 강의장에서 펼쳐지는 코칭 리더십, 진성 리더십, 성찰 기반 리더십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요즘 조직은 리더 한 명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의 작은 리더십이 조직을 움직이게 한다. 리더십은 명함이나 직책에서 나오지 않는다. 직책보다는 현재 있는 자리에서 의미를 만드는 사람이 리더이고, 조직은 그들의 숨은 영향력으로 움직인다. 교수자인 나는 바로 그런 리더이고 싶다. 학습의 장을 열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언가에 더 열망을 갖게 만들고 싶다.


리더십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성찰을 통해 깊어지며,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 나는 이제 팀장도 아니고, CEO도 아니다. 내가 매일 마주하면서 의사결정해주고 회의하고 업무를 조율해줘야 하는 팀원도 없다. 하지만 매주 강의실에서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것을 리더십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강의실로 간다.


누군가의 생각을 건드리고, 시선을 확장시키고, 작은 가능성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비록 직책은 없지만, 나는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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