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점은 의사결정할 때 꽤 분석적이고 심사숙고한다는 점이다. 원래 성향이 그런 편인데 인사팀장을 오래하다보니 더 강해진 것 같다(HR제도, 복리후생 제도와 같이 인사팀장의 결정은 많은 직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내 리더십 다면진단 결과에는 항상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피드백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심사숙고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팀원들은 "우리 팀장님 나빠요. 결정이 느려요!"라고 했다는 말이다. 그런 피드백을 접할 때마다 "나는 고민 중이었다고! 그렇게 쉽게 결정하면 돼?" 하는 속마음과 함께 어쩐지 당혹스럽고 씁쓸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살다보면 우리가 겪는 많은 사회현상, 인간관계가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점도 그렇다. 나는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리더십 디레일먼트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안의 작은, 과용된 강점이 때로는 나도 모르게 탈선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여기에서 말하는 리더십 디레일먼트(leadership derailment)는 말 그대로 리더의 길에서 탈선하는 것이다. 충분한 잠재역량을 갖고 있어 조직 내에서 더 높은 직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리더가 해고, 또는 조직의 핵심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말한다(Lombardo & McCauley, 1988).
지난주 리더십개발론 수업에서 리더십 디레일먼트에 대해 다뤘다. 수강하는 선생님들께 사전과제로 "리더가 된다면(또는 이미 리더라면) 리더로서 가장 조심하거나 지양해야 할 행동 1가지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청드렸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각자의 고민이 담긴 댓글을 써주셨다. 댓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자신이 경험한 안 좋은 리더를 따라하지 말자라는 다짐을 담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안 좋은 리더를 타산지석 삼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나도 참 많이 했었다. 좋은 모습이다.
그런데 리더십 디레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안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 본연의 성격과 강점이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닐까 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과유불급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리더십 디레일러가 될 수도 있다.
나에게는 별로 에너지도 들이지 않고 즐겁게 발휘하는 강점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저 사람 왜 저래? 저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때가 바로 자신을 돌아볼 때이다. 강점이 과하게 사용되면서 갈등을 유발하고 사람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을 때이다.
예를 들어, 내 강점은 '분석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게 과해지면 '강박적'인 모습으로 바뀐다. 나는 열심히 재미있게 상황과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옆 사람은 강박적으로 일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한다. 물론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내 강점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한두 명을 의식하고 조심하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강점을 덜 사용하자는 주장은 절대 아니다. 강점을 조금만 사용하는 것은, 강점을 장점 수준으로 강등시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내 안을 들여다보자는 것은, 강점을 잘 활용하되 그 부작용을 경계하자는 취지이다.
여러분은 강점이 과할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누군가 여러분에게 "팀장님,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요?"라고 묻는다면 이 때가 바로 스스로를 돌아볼 타이밍이다. 그렇게 말해준 팀원에게 감사해하며, 잠시 시간을 내어 강점을 살리면서도 주변과 건강하게 연결되기 위해 나의 행동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