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그룹 회피의 심리
직딩 2년차인 큰딸아이는 이제 조금씩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기 상사인 파트장님이 조금씩 일을 더 주면서 점차 일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 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들어보니 넌 파트장님의 인그룹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의 답변이 뜻밖이었다.
"에휴~ 난 인그룹 되서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진 않다고!"
인그룹이 되기 싫다고? 파트장님과 관계도 좋아지고 인정받으면서 일할텐데?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요즘 그런 직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LMX(Leader-Member eXchange, 리더-구성원 교환이론)라는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리더는 모든 구성원을 동일하게 대하지 않고 어떤 팀원에게는 우호적이면서 더 많은 업무/육성 기회를 주고 평가도 가급적 잘 주기도 한다. 반면 어떤 팀원에게는 딱 그 정도..라는 느낌으로 공식적으로만 대하고 업무 외적으로 친밀함도 높지 않다. 이것을 인그룹(in-group), 아웃그룹(out-group) 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인그룹이 되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데 왜 요즘 직장인들은 인그룹이 되고 싶지 않은 걸까? 몇 가지 심리적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학문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첫째는, 자기 보호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서일 것이다.
인그룹이 되는 순간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기대를 감당해야 한다.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 인그룹이 되어 더 많은 일을 감당하다가 번아웃된 사람들을 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 리더와 밀착해서 일하면 자율성도 침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인그룹 되기를 회피할 것이라 생각한다.
두번째는, 이중적인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정은 받고 싶지만 그렇다고 휘말리고 싶지는 않은 이중적 심리. 관계가 좋아지면 받는 보상이 그리 크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관계 때문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리더와 과하게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닐까?
세번째는, 심리적 경계 설정이다.
최근 직장인들은 '회사 = 일을 하는 곳'이란 인식이 크고 업무 외의 관계나 지나친 정서적 친밀감은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는 딱 일만 하고 굳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대상이 자기 상사이어도 말이다.
이렇게 인그룹이 되고 싶지 않은 직원들이 많아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조직 차원에서 보면, 팀워크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 또한 정보 단절, 협업 부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리더 입장에서는 자꾸 자기와 거리를 두려는 직원을 보면서 “내가 싫은가?”, “내 리더십이 부족한 건가?”라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구성원을 보며 관계 형성을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인그룹에 속하지 않으려는 팀원의 마음을 리더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음... 생각해 보면, 인정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그리고 '인그룹 아니면 아웃그룹'이 아니라, 공정성을 기준으로 역할 기반으로 팀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관계 형성의 속도’를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심리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내가 잘 대해주고 인정해 주고 좋은 프로젝트도 하라고 주는데 날 거부한다고? 나에게 거리를 둬? 괘씸한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인그룹이 되고 싶지 않다는 구성원의 심리에는 그 나름의 이유와 삶의 리듬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인정해 주자. 리더라면 때로 그들의 거리를 존중하며, 관계의 속도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함께 간다”는 것이 반드시 같은 속도로 걷는다는 뜻은 아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