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적 리더가 되는 길
1. 회사에 출근할 때 난 매일 아침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러나 바로 회사로 간 것은 아니었다. 회사 부근까지는 갔지만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고 부근 스벅에서 30분 정도 혼자 커피 마시면서 나 자신과 하루를 정비한다.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지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다. 조금더 앞 방향을 제시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해야겠다고, 리더로서의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다.
2. 그러나 이런 마음은 사무실에 들어서서 책상에 앉자마자 사라진다. 좀더 긴 안목으로 내가 평소에 못하는 비전과 전략 제시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하루종일 미팅이 이어지고 팀원이 만든 보고서 리뷰하고 찾아오는 현업 팀장들 고민 들어주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 먹고 들어와 사무실에 앉아 제대로 하려면 몸이 피곤해서 에너지가 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고 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퇴근하기 일쑤다.
3. “하루종일 불만 끄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못한 채 퇴근합니다.”
이 말이 남 일 같지 않다면, 이 글은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4. 비즈니스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그런데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를 자세히 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기술적 도전(Technical challenge)이다. 비교적 어렵지 않으며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해결을 위한 기존 규칙이나 절차도 존재한다. 시스템 오류, 휴가 규정, 일정 조율과 같은 일들이다.
5. 반면 기존 해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아서 사고방식이나 가정, 문제해결방식을 바꿔야 하는 어려운 도전 과제들도 있다. 이런 것을 적응적 도전(Adaptive challenge)라고 부른다. 소위 '정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이러한 도전 과제들에 직면하여 잘 대응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이렇게 조직이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문제를 재정의하고 구성원의 역할과 사고방식을 전환시켜가는 리더십을 적응적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이라고 부른다. 내가 진행한 대학원 수업에서 한 선생님은 적응적 리더를 "나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조직의 시스템과 리더의 권한으로 다양한 기술적 도전을 해결해주고, 적응적 도전이 들어오면 이를 분석하고 진단하여 변화의 키를 잡고 환경을 조성해 항해를 이끌어 나가는 선장의 역할"이라고 정의하셨다.
7. 리더라면 모름지기 더 고차원의 문제들, 즉 적응적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시간이 다 간다. 리더는 왜 기술적 문제에 묻혀 버리고 헤쳐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 눈앞의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고 성과도 보이기 때문이다. 손쉽게 해결하면서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 그러니 계속 손은 기술적 문제로 가기 마련이다.
� 구성원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습관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에이, 그냥 내가 하고 말지, 뭐"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구성원에게 뭔가 일을 시키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내가 빠지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통제욕 혹은 책임감도 문제이다.
8. 그러나 계속 이렇게만 하면 위험하다. 팀원들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되고, 리더의 일감은 줄지 않는다. 팀장 어깨에 올라탄 원숭이를 팀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리더는 번아웃되고, 조직은 변화에 둔감해진다.
9.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는 의도(intention)을 갖고 아래와 같은 행동(behavior)을 함으로써 적응적(adaptive)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문제를 '기술적 or 적응적'으로 구분해보기: 매일 퇴근 전에 하루 동안 처리하거나 접한 이슈들을 나눠보며 스스로 점검
✅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발코니에 서서(Get on the Balcony)' 현상을 파악하기: 상황의 복잡성, 구성원 간 다이나믹스 등을 관찰
✅ 1주일에 2시간은 ‘적응적 도전만 생각하는 시간’으로 확보하기: 전략, 팀 리셋, 시스템 변화 등 장기적 관점의 시간 확보
✅ 팀원에게 위임하고, 실수는 리더가 감싸주기: 기술적 문제를 맡기고 본인은 구조를 보는 습관
✅ 도움되는 환경(Holding Environments) 조성하기: 구성원이 저항감이나 불만 없이 조직의 상황변화에 기꺼이 적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우리는 때때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시간이 없어서’,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 뒤로 미룬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떠했는가? 기술적 문제 해결로 가득했는가, 아니면 변화를 위한 적응의 시간을 확보했는가?
오늘 단 30분이라도, 기술적 문제를 내려놓고 ‘지금 우리 팀에게 진짜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를 떠올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