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지능은 리더십의 ‘기술’이 될 수 있을까?

by 진동철

1.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팀 회의를 하고 있는데 회의 도중 팀원 한 명이 말끝을 흐리고 시선을 회피한다. ‘뭔가 불편한 게 있었나?’라고 감지하고 미팅이 끝난 후 팀장이 대화를 시도한다. 이것이 정서지능의 발현이다.


2. 정서지능(EQ: Emotional Intelligence)이란 자신의 내적인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학교생활, 가정생활, 직장생활의 성공여부에 주된 역할을 한다고 한다.


3. 리더십 측면에서도 자신의 정서에 보다 더 민감하고 자신의 정서가 조직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민감한 사람들이 보다 효과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리더십의 핵심은 관계이고, 관계의 핵심은 감정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리더 포지션에 있는 최고 성과자의 90%가 높은 정서지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더 업무 성과의 58%가 정서지능에 좌우된다고 한다(https://www.talentsmarteq.com/what-a-high-emotional-intelligence-looks-like/). 정서지능이 단순한 '센스'가 아니라 조직 성공의 핵심 요소인 셈이다.


4. 반면 정서지능이 낮은 리더, 즉 성과는 높지만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팀원을 정서적으로 힘들게 하고 팀원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리더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결국 정서지능은 '좋은 리더란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과도 연결된다. 리더가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고 자신의 정서로 인해 타인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5. 그렇다면 정서지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정서지능은 리더십 교육의 핵심 모듈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개념 소개, 간단한 연습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론 중심이 아니라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구성이 필요하다.


6. 정서지능을 리더십 교육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우선, 리더들이 감정에 대한 언어를 갖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해보면 의외로 단어 몇 개밖에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짜증난다'라는 것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짜증나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짜증나는지 한 단계 더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7. 또한 피상적인 감정 이해를 넘어 실제 조직 상황과 연결되는 사례, 실습, 피드백이 필요하다. 훈련을 통해 공감, 감정 조절, 피드백 방식, 경청, 관계 조율 등을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 구성을 감정 인식 훈련 → 경청 → 감정 피드백 → 공감 실습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8. 조직에 있을 때 리더들에게 정서지능을 교육하는 과정을 몇 차례 운영해 본 적이 있다.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재미있던 것은, 리더들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영역은 조직보다 가정이었다는 점이다. 대학원 리더십 개발론 수업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 선생님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사내에서 리더 교육의 일부로 스트레스 관리 교육을 실시했는데 원래 기획하면서 기대한 효과는 업무로 인해 느끼는 감정들을 스스로 인지하고, 관리하는 담당사원들의 입장도 생각해보며 다시 업무에 몰입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 결과는, 대체로 본인의 감정은 느끼긴 하지만 사적인 관계 중심으로 생각하고 업무 중심으로는 잘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9. 많은 리더들이 감정 훈련을 받은 후, 정작 조직 내 대화보다는 가족과의 갈등 해결에 먼저 활용하려고 한다. 이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업무 맥락에 맞는 전이가 따로 설계되지 않으면 조직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직 맥락이라는 교육 목적에 맞게 가족, 친구, 사적인 관계가 아닌 조직 내 관계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으로 구성하고 학습전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10. 정서지능은 개인의 감정관리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건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내일부터 회의에서 팀원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관찰해보자. 피드백을 줄 때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먼저 확인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이 팀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돌아보자. 정서지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지만,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분명히 기를 수 있는 기술이다. 이제는 ‘감정을 다룰 줄 아는 리더’가 경쟁력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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