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는 게 있다.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그 정보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예상할 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즉 내가 알면 남도 알 거라 생각하는 것이 지식의 저주이다.
리더들은 지식의 저주에 걸리기 쉽다. 리더들은 부서원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우리 회사 상황이 어떤지, 대표이사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고 있는지, 담당중역이 어떤 맥락에서 지시했는지 등등. 그런데 부서원에게 과업을 부여할 때 이런 정보들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부서원들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팀원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알고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정보 획득이 제한적인 부서원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팀장보다 적은게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 팀에서 새로 추진하게 된 과제가 있어 팀원 2명에게 업무 부여를 한 적이 있다. 시간이 없어 짧게 업무부여를 했더니 둘은 나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과제에 대해 팀장인 내가 생각하는 것을 좀더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팅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질문, 관점/맥락/배경, 성공기준, 해결방안의 범위 등이 담긴 problem statement를 작성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어떤 것을 같이 얘기할지 생각해 보았다. 작성한 걸 기준으로 설명하고 얘기를 나눠보니 다행히 자신들이 사전에 논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답변을 한다. 몇 가지 추가로 확인할 것들을 얘기하고 어떤 사업부까지 포함할지 등 의견이 다른 부분을 조율하였다.
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팀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한다. 일을 시키는 것이다. 일을 시킬 때에도 요령이 있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업무지시 방법 5가지이다.
첫째, 일을 시킬 때는 why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왜 이 작업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이 과업이 발생했는지 설명해 줘야 한다. why를 충분히 설명해 줘야 팀원이 스스로 생각해서 좀더 나은 산출물이나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단순히 해야 하는 일만 지시하면 딱 그 일만 하기 쉽다. 자신의 상사인 임원이 지시한 것을 팀원에게 부과할 때도 왜 임원이 이 일을 지시했는지 설명해 줘야 한다. '상무님께서 하라고 했으니까 빨리 해서 나에게 줘'라고 하는 것은 팀원의 동기를 깍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기대하는 산출물을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
가능한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산출물을 얘기해야 나중에 '이게 아니었는데...'하지 않게 된다. '일단 작성해 오라'라고 하는 팀장들이 있다. 사실 팀장도 자세히 모르거나 기대 산출물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지시할 때는 좀더 대화를 통해 어떤 결과물이 나오면 좋을지, 지금 작업하면 어느 정도 아웃풋이 나올지를 얘기해야 나중에 팀원이 두 번 작업하지 않게 된다.
셋째, 납기를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
'다 되면 보여주세요.'라고 하면 안 된다. 그렇게 얘기할 때 팀장의 의도는 그리 늦지 않게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팀원이 팀장의 업무지시를 받고는 바로 처리해서 가지고 온다. 그러나 기다려도 가져오지 않는 팀원도 있다. 그래서 납기를 얘기해 줘야 한다. 그리고 팀원과 얘기한 납기를 다이어리든 outlook이든 적어놔야 한다. 일정이 다 되어도 안 가져오고 아무 말도 없는 팀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대면해서 말해야 한다.
이상의 세 가지(why, 산출물, 납기)를 명확히 말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메일이나 채팅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만 보고 오해하거나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업무지시할 때는 대면해서 직접 얼굴보면서 하는게 제일 좋다. 혹시 당장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면 일단 메일로 하고 나중에 대면해서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특히 새로운 업무를 지시할 때는 더더욱 메일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내 말만 하면 안 된다.
업무 지시라고 해서 팀장인 나만 말해서는 안 된다. 팀장이 설명한 것 중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추가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있는지, 현재 생각하는 것에서 더 좋은 작업 방식이 있는지도 물어보면 팀원의 생각을 자극할 수 있다. 자신의 입으로 얘기했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도 있다. 업무지시 마지막에 팀원이 직접 wrap-up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팀장이 지시한 것과 팀원이 이해한 것에 다른 부분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