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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쓰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리더가 쓰는 편지

by 진동철

1. 어느 해인가 연말에, 팀원들의 연말 평가결과를 시스템이나 메일이 아니라 편지(문서)로 전달한 적이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일정보다 좀 늦게 피드백 미팅을 하다보니 평가 시스템에 입력하지 못해서 시스템에 입력할 내용을 워드파일에 작성하여 메일로 보낼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물론 피드백 미팅도 진행했다.


2. 그런데 팀원들이 의외로 좋아하는 반응이었다. "와~ 편지로 처음 받아봐요. 너무 좋아요. 여러 번 읽어보았어요." 같은 내용임에도 시스템으로 보는 게 아니라 뭔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문서로 정리되어 받으니 좋아하는 것 같았다.


3. 그 다음 해는 의도적으로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평가시스템 입력은 했으나 팀원이 1년 동안 수행한 과업들, 내가 생각하는 장단점 등을 쓰고 프린트했다. 마지막에 날짜를 쓰고 내 이름을 쓴 다음 편지처럼 봉투에 넣어 주었다. 그걸 읽은 후에 피드백 미팅을 실시했다.


4. 사실 이렇게 피드백을 문서로 전달하는 방법은 맥킨지의 『인재전쟁』에서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코칭과 피드백을 주는데 뛰어난 리더라면 자주 대화를 나눌 뿐 아니라 1년에 한두 번은 문서로도 피드백을 준다. 여기에는 진심어린 인정이 포함되어야 하고 또한 성장과 향상을 위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 이 편지는 개인이 합의된 목표를 얼마나 잘 완수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다가오는 해에 달성할 목표와 조치를 어떤 계획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를 포함해야 한다.”


5. 이런 경험은 직장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겸임교수로서 대학원에서 <리더십 개발론>을 강의하고 있다. 기말과제가 "내가 되고 싶은 리더가 이미 된 듯이 쓰기"라는 것이다. 5년 또는 10년 후 내가 리더가 된 장면, 이미 이룬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듯이 과거형으로 쓰는 과제이다. 고민하면서 정성스레 쓴 과제에 나는 그대로 있을 수 없어 편지로 답장을 보낸다. 아래와 같은 선생님들의 반응은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런 선물같은 피드백을 주시다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학부때를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이렇게 정성어린 피드백은 처음 받아봤습니다. 정말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힘든 하루를 끝내는 시간에 선물같은 교수님의 피드백이 기다리고 있어 퇴근길이 즐거웠습니다."


6. 팀원에게 편지를 쓰고자 하는 리더에게 추천하는 몇 가지 팁이 있다.


✍️ 언제 쓰면 좋은가 : 저녁에 혼자 조용히 쓰는 시간을 갖는게 좋다. 낮에는 많은 미팅과 보고, 메일 체크로 인해 어수선해서 차분히 그 팀원만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무엇을 참고하면 좋은가 : 편지를 쓸 때는 그동안 그 팀원이 수행한 과제들을 다시 들춰보고 과정을 돌아본다. 전년에 작성한 레터와 올해 시스템에 입력한 평가자료를 확인한다.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료들을 쭉 보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깨달을 때도 있다.


✍️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면 좋은가 : 편리하다는 이유로 메일을 보내지 말고 혹시 메일로 보내더라도 word 파일에 작성해서 첨부로 보내면 좋다. 메일과 편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7. 물론 리더는 일상 업무 속에서 팀원들을 지속적으로 코칭하고 피드백 해주어야 한다. 편지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팀원이 있을 수도 있다. 팀원이 많다면 자칫 형식적으로 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1년에 한번은 편지를 전해준다면 리더의 진심과 진정성이 조금은 더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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