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또 다른 이름
1. 새롭게 팀장이 된 리더들은 처음에는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자신이 직접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실무자로서의 재미를 느끼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팀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텅빈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하는 상황이 반복되곤 한다. 그래서는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2. 팀장은 팀원 2명의 일까지 아둥바둥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 2명으로 하여금 3명치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코칭하는 사람이다. 팀장이 실무자가 아닌 리더로 살기 위해서는 팀원을 육성해야 한다. 육성이란 단순히 교육(formal learning)만 보냈다고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 1년에 한두번 피드백 미팅 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3.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학습촉진자, 코치, 멘토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과정 중에 자신의 전문적인 노하우와 스킬, 지식을 계속 알려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즉 'Leader as a Teacher'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부하를 성장시키고 발달시키는 Developmental Leadership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성장은 일상적인 업무수행에서 더 크게 일어날 수 있다.
4. 다트머스 대학의 터크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전략과 리더십 분야의 세계 석학 중 한 분인 Sydney Finkelstein 교수는 이런 리더를 Superboss라고 부른다.(우리나라에도 『슈퍼보스』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렇다면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뭘, 언제 어떻게 알려줘야 teacher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일까?
5. 아래는 리더가 구성원과 함께 일을 하면서 구성원의 육성과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나의 10년 간의 팀장 경험상 조금만 더 관심갖고 신경쓰면 효과가 큰 방법들이었다.
1️⃣ 팀원을 이해하고 관심 갖기
일단은 팀원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잘 안다는 것은 취미가 무엇인지, 주말에 뭐 했는지 등과 같은 것들보다 팀원의 강점이 무엇인지, 뭐가 부족한지, 어떨 때 열정적으로 일하는지, 일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등을 아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과업 수행과 관련하여 팀원의 강약점, 역량 등을 아는 것이다. 그럴려면 항상 관심갖고 관찰하고 대화하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팀원 인사 프로필보다 동기부여 프로필"이라는 글로 좀더 풀어보고자 한다)
2️⃣ 생각을 촉진하는 질문 하기
질문은 상대방을 대화에 초대하고 생각을 촉진시킨다. 단, "다 했나?", "뭐가 문제냐?", "어떻게 할 거냐?"와 같이 진도, 완료만 체크하는 단순한 질문 말고 팀원의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을 많이 하자. "왜 그렇게 생각하냐?", "그 방법에 대해 다른 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 등등.. 단순 반복적인 것은 이제 AI가 하고 사람은 critical thinking을 해야 하는 시대이다. 팀원을 그런 사람으로 키워주자.
3️⃣ 전문가답게 일하는 법을 알려주기
리더는 기본적으로 담당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리더가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어야 한다. 가르쳐줄 것은 미팅 준비하는 법부터 고객 설득 방법까지 다양하다. 또한 디테일한 기술 지식이나 스킬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비전이나 삶에 대해서도 교훈을 아끼지 않는다. 리더들은 이런 것들을 일을 하면서 수시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종종 따로 시간을 내어 피드백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알려줄 때는 개인 맞춤형으로 그 팀원에게 필요한 것 위주로 알려주며 질문을 많이 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모범,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따라할 수 있도록 한다.
4️⃣ AAR(After-Action Review) 활용하기
미 육군에서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AAR은 단순한 툴이지만 "경험으로부터 배우기"에 매우 강력한 도구이다. AAR에서는 최초 목표한 바, 실제로 이루어진 바, 차이가 나는 이유, 그로부터 배운 것을 성찰한다. 과업이 끝날 때 의도적으로 AAR을 활용해야 한다. 팀장이라면 팀원이 어떤 일을 끝냈을 때 AAR과 같은 양식을 주고 스스로 작성해 보도록 하고 작성이 끝나면 팀원 전체가 모여 공유 및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팀원이 맡은 과제를 끝나는 시점을 업무캘린더에 기록해 놓고 AAR을 하도록 한다.
5️⃣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 설계하기
업무할 때마다 조금씩 향상시킬 것을 정해서 관찰하고 피드백해준다. 이 방법은 실제 일상업무를 훈련처럼 하고 연습의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연습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의도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다. 팀원이 과제를 할 때 팀장이 수행 과정을 관찰하고 피드백한다. 거기에서 나온 개선 포인트를 다음번 수행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시도해 보도록 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다시 함으로써 개선되었는지를 확인한다.
6. 예전에 읽은 신수정 님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리더가 되기 전까지는 자신을 성장시키지만, 리더가 된 후에는 타인을 성장시킨다"
고백하건대 나도 리더가 된 이후에 여전히 나 자신의 자기개발에만 치중했던 것 같다. 실무를 직접 하는 게 편했고. 그런 걸 보고 모범을 보인 거라고 하면 모범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팀원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 내가 뭘 알려주고 가르쳐줘야 하나 더욱 고민했어야 했다.
나만 성장하는 리더는 결국 한계가 있다. 팀원의 성장을 통해 성과를 증폭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성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