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아이가 사줘서 읽은 책이다. 자기가 e-북으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나에게 종이책으로 사서 준 책이다.
마침 어제 늦은 오후 아이와 카페에 갔을 때 다 읽었기에 아이에게 얘기했다. "재미있기는 한데 아빠는 에세이는 많이 안 읽어서 그런지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어." 아이는 "술술 읽히면서 중간중간 삶에 대한 통찰도 들어있잖아!"라고 답변한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둘째딸아이에게 전달했다. 둘째는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는다. 이럴 경우 쓰는 방법은 언니를 레퍼런스 삼는 것이다. "언니가 재미있다고, 심지어 자기는 e-북으로 읽고 아빠에게는 종이책을 사서 준 책인데 너도 한번 읽어볼래? 언니는 이 책이 삶의 통찰이 들어 있어서 좋았대"라고 하면서.
어쨋거나 이 책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해 저자는 서문에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스트레스를 받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일종의 '해독제'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유망한 직장을 그만두고 삶의 속도를 늦추고 정말 중요한 것을 찾는 여정에 나서고 느낄 필요가 있는 감정을 음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젊은이에게 그럴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저자는 예술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예술 작품을 그만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그 예술 작품을 통해 삶과 인생을 들여다보았다. 예술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예술은 전문가만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한국인에게는 신선한 접근이었을 것 같다.
저자가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세번째 이유는, 번역이 깔끔하게 잘 되었다는 점이다. 번역서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어색하지 않게 술술 잘 읽힌다. 그런 점도 한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형의 죽음을 겪은 뒤 원래 직장이었던 ‘뉴요커’를 떠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형이 세상을 떠난 뒤 브루클린에 있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라고 자문한 뒤 곧바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자원했다.
이 책은 경비원으로 일한 10년을 담은 에세이다.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겪는 일들, 예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 주변 동료에 대한 이야기, 예술품과 사람으로부터 치유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세상으로부터 숨고 고독을 즐기기 위해 메트로 들어간 이후 서서히 치유되면서 다시 세상으로 나서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느껴진다.
현재는 생계를 위해(책의 뒷부분에 두 아이가 태어났다고 쓰여져 있다) 경비원을 그만두고 가이드 투어를 한다고 한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중심으로 가이드 투어를 하는 것 같다.
저자는 “예술을 배우려 하지 말고, 예술 안에서 배우라(Don't learn about art, learn from it)"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철학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철학사를 공부하지 말고 철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 세상을 보는 시선을 길러라"라고 조언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예술 작품의 연도나 저자를 외우려고 하지 말고 예술을 그대로 느끼면서 삶을 느껴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저자의 통찰이 드러나는 글들이라 옮겨놓는다.
"그즈음 틈틈이 이집트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책으로 읽는 것과 예술품을 직접 보는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번 느낀다. 책 속 정도는 이빚트에 관한 지식을 진일보시켰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집트의 파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p.93)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p.212)
"어쩌명 예술 작품은 삶의 예술적이지 않은 측면을 묘사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상의 단조로움, 불안함, 그리고 차례롤 밀어닥치는 빌어먹을 일들에 파묻혀 큰 그림을 볼 능력을 잃어버리는 측면 말이다." (p.272)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실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결국 그것이 넘칠 정도로 좋은 것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을 정말로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수월해 보이는 외양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우리는 잘 안다." (p.278)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예술사 최고의 거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날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더없이 전념했기 때문이다." (p.286)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란느 교훈까지 말이다." (p.308)
"내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p.311)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p.326)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실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결국 그것이 넘칠 정도로 좋은 것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을 정말로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수월해 보이는 외양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우리는 잘 안다." (p.278)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예술사 최고의 거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날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더없이 전념했기 때문이다." (p.286)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란느 교훈까지 말이다." (p.308)
"내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p.311)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