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색 돌멩이 Sep 26. 2024

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02. 돌멩이라는 사람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나는 여름의 지구를 견디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4zS9URSVZw&t=534s

*음악 들으면서 화면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구름이 막 움직이더라구요. 저만 그렇게 보이는 가요?



사랑니 발치 2일 차. 어제 밤늦게까지 피가 멈추지 않아서 고생했다. 두통도 같이 온다.

그런데도 맵고 짜고 단 게 너무 먹고 싶다.   


흠흠.

나는 93년생 남자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유튜브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올해 32살인가? 31살인가? 사실 만 나이법이 등장하고 나서는 그냥 내 나이를 잊기로 했다.

왠지 덧없는 느낌이 들어서.

나이를 신경 쓰던 시기에 나는, 꿈꾸는 건 다 이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일본을 놀라게 한 '소녀 윤하'를 보고는 '중국의 윤하'가 되겠다며 유학을 핑계 삼아 음악에 뜻을 피워보려던 스무 살의 나는 버스킹은 무슨 기타 연습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맥주 먹고 살만 쪄서 돌아왔고.


몇 년 뒤엔 무대 위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배우들을 보고 감명받아

재학생인 양 유유자적 한예종을 거닐며 '전역 후에 반드시 이 학교에 들어오겠다.'는 말만 남기고서는 웬걸,

'서울은 나에게 맞지 않아.' 라며 도망치듯 전라도로 내려갔던 20대 후반.


그러다 미련이 남았던 음악을 붙잡고는 몇 년을 낑낑대다가

도로를 달리는 우체부 아저씨를 보고는 문득,

'사람은 자기 성향에 맞는 일을 해야 행복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머니에 넣고선

경기도 어딘가로 다시 상경한 30대 초반.


그간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에 하루를 거의 다 쓰고 나서비로소 꿈에 대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질려버렸다.

나만의 것을 꾸준히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점점 커졌다.


그런 시기를 거치며 나는 나에게 완전히 저버렸다.


이상은 저기 위에 있지만 스스로에게 한없이 나약한,

마치 '행동 없는 완벽주의의 저주'에 갇힌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이랄까.

내 삶의 반복된 좌절이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이라며 세상을 비난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내 꿈에 나를 던져본 경험이 없기에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안 된다..


지금은 그저

내 하루가 평온하기를 바라며

고만고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알고 있다. 또 뭔가를 발견하고는 일을 벌여야 성이 차는 녀석이라

이 고요한 적막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지긋한 '돈'에 대해서도 몇 자 두들겨보고 싶다.

그렇게 여유 있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짠내 나게 힘들지 않던 가정에서 자란 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나를 성장시켜 나가는 법에 대해서는 당최 노력을 기울이질 않았다.

자연스럽게 '많은 돈을 버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사회로 나왔다.


스물 중반 어느 날, '대의'라는 찬란한 겉 껍데기로 나를 포장하고선 이 사람 저 사람 귀찮게 하며 몸소 '다단계'를 전파할 때 나는 깨달았다.


'아, 나도 돈 좋아하는구나.'


그래. 그런데 제기랄 이 돈이란 게 나한테는 모이지를 않는단 것이다.


장기 납입이 최고라는 청약통장은 벌써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고,

서른 넘어서도 여전히 다음 달의 카드 값을 갚기 위해 오늘을 머리 박고 일한다.

스물넷, 임관과 동시에 가족 영업으로 만들었던 신용카드는 지금도 내 최대 지출카드로 건재하다.

이 카드가 참 무섭다.

멀리 있는 행복은 내 코앞으로 끌고 와주는 대신 다음 달, 그다음 달, 조금조금씩 숨을 옥죄어 오는 게 상당한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소비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게 참 아이러니 하다.  

'신용도'가 결국 자기 자산이라는 말을 부정할 마음은 없지만

내 능력 밖의 혜택들은 적당히 견제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맞지.


아무튼 좋다. 소비습관을 바꾸는 것. 아끼는 것.

그런데 그렇게만 살자니 비루한 내 삶이 더욱 초라해질 것만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수입을 늘리는 것. 그러나 그것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현재의 일터에서 수습기간이 끝나고 월급이 '5만 원' 올랐다.

(아직 인상된 월급을 받지 않았으니.. 오를 '예정'이 맞다.)

사장님과 나와의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나에게 더 많은 월급을 주기 힘든 상황인 건 안다.

그렇다고 주말까지 소모해 가며 투잡을 뛰기엔 너무 고통스럽고.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복권을...(사실 매주 하고 있다..)


좀 더 건전하게 경제적으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내가 선택한 길은

수입 파이프라인을 다른 쪽으로 뚫어보는 것이다.

실력을 갈고닦아 낚싯대를 몇 개 더 던져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다시 20대 초반의 꿈꾸는 돌멩이가 되는 수 밖에는 없다.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실력을 키우면서 말이다.


검은 머리짐승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란다.

결국 지 하고 싶은 대로 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제는 '나'와 내가 합을 잘 맞춰서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할 뿐.

이전 01화 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