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투즈 <붕괴>
원유와 천연가스 사업으로 호황은 계속됐으며 일반 러시아 가계의 소비는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 연간 10퍼센트씩 뛰어올랐다. 2007년이 되자 최저 생계 수준 이하로 살고 있는 국민들의 수가 14퍼센트까지 떨어졌으며 더 이상 달러화에 매달리는 불안정한 상황도 사라졌다. 물가는 안정되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달러화가 기준이 아니었다. 세금은 루블화로 납부했다. (...) 2008년 초가 되자 이 자산 규모는 5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제 중국과 일본의 뒤를 이어 러시아가 세계 3위의 달러화 보유국이 된 것이다. p.198
2월 22~23일 러시아 정부는 행동에 나서기로 결단을 내렸다. 친 러시아계 주민들의 반발과 NATO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준비해두었던 작전 계획을 활용해 2014년 2월 27일 러시아 군대가 크림반도를 장악한 것이다. 며칠 뒤에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더욱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Donetsk)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을 부추겨 중앙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도록 했다. p.690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세금 납부 내역을 바탕으로 계산해본 결과 2009년 이후 경제 회복을 통해 이룬 성장세에서 미국 국민들 중 1퍼센트가 성장으로 인한 혜택의 95퍼센트를 독점했다. p.633
재앙은 피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벌어진 일들을 있을 법한 상황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공화당 내부의 극우파, 외국인을 혐오하는 국수주의자들, 극보수주의니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 세계관에 전도된 열성파들의 규모는 하원의 10퍼센트를 헤아렸고 이런 강경파가 글로벌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를 마비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었다. p.651
2015년 도널드 트럼프는 극단적 보수주의를 등에 업고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하며 정치 지형 자체를 바꿔 벌니다. 그는 경제원칙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1970년대의 이른바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정책을 수정해서 들고 나와 공화당을 자극했고 "불법 이민자"들을 몰아내고 산업현장의 일자리를 미국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새로운 지도자를 따라 공화당은 자유무역정책을 모두 다 폐기해버린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부의 자유무역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은 2014년 36퍼센트에서 2년 후인 2016년에는 68퍼센트로 뛰어올랐고 공화당 의원 중에서 자유무역을 여전히 옹호하는 세력은 24퍼센트로 줄어들었다. p.792
신흥시장 국가들은 2013년 테이퍼 텐트럼*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 2014년 가을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석유, 가스,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서방측 제재의 영향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유럽과 미국의 성장세가 확연하게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유일한 힘은 중국의 폭풍 같은 성장이었다. 그리고 2015년이 되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2015년 그리스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측이 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의 주식시장도 침체기에 들어섰다. p.832
*테이퍼 텐트럼 - 연준의 양적완화(정식 명칭은 대규모 자산 매입 정책 및 재투자 정책) 중단에 따른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taper)와 이로부터 발생하는 시장의 충격(tantrum)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어다. 당시 연준의 양적완화 중단 발표는 그 자체만으로 국제금융뿐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 상당한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 이에 인도 중앙은행 총재 라구람 라잔은 연준의 중단 결정이 미국과 유럽의 사정만을 고려한 것으로, 이 여파로 신흥국이 어떤 위험에 빠지게 될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p.654
2014년 여름 최대 4조 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7년 초에는 3조 달러로 줄어들었다. 매월 수백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건 대단히 초조하고 조마조마한 일이었지만 결국 어느 정도 선에서 외환보유고는 안정되었다. 2016년 초 국내 수요를 되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재정 부양 조치를 통해 또 다른 신용 호황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과잉 설비가 가장 문제가 되는 중공업 부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 아시아 전역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제조업이 늘어났으며 중국의 막대한 제조업 분야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위협도 수그러들었다. p.838-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