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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Feb 07. 2020

금융위기의 후유증 극복과 위기 사이에서 중요한 2020

애덤 투즈 <붕괴>

https://brunch.co.kr/@dongdong2/29

지난 시간에 미국의 경제는 활황인데 반하여 유럽은 불황의 늪을 이제야 지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불황을 극복하는 속도가 차이 난 이유는 미국 정부와 연준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반면 유럽연합과 유럽 중앙은행은 갈등과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위기를 벗어난 미국은 잘 살게 되었으니 문제가 없을까요? 애덤 투즈의 <붕괴>에서는 금융위기의 부작용으로 지정학적 위기와 극단적인 정치가 출연했다고 말합니다. 미국과 서유럽이 혼란한 틈을 타 러시아와 중국이 부상했고, 금융위기로 침체된 실물경제는 고통받은 시민들의 분노가 극단적인 정치로 나타납니다.


지정학적 위기

세계의 경찰인 미국과 우방국인 유럽이 금융위기를 모면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이때 러시아와 중국은 기회를 노려 좋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정학적으로 자신의 위상을 높일 기회를 노립니다.

초창기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된 후 경제적으로 빈곤에 시달립니다. 자국 화폐인 루블화는 불안정해서 세금을 달러로 납부할 정도였습니다. 이랬던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으로 호황을 맞게 됩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사업으로 호황은 계속됐으며 일반 러시아 가계의 소비는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 연간 10퍼센트씩 뛰어올랐다. 2007년이 되자 최저 생계 수준 이하로 살고 있는 국민들의 수가 14퍼센트까지 떨어졌으며 더 이상 달러화에 매달리는 불안정한 상황도 사라졌다. 물가는 안정되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달러화가 기준이 아니었다. 세금은 루블화로 납부했다. (...) 2008년 초가 되자 이 자산 규모는 5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제 중국과 일본의 뒤를 이어 러시아가 세계 3위의 달러화 보유국이 된 것이다. p.198

천연가스로 잘 살게 된 러시아는 과거 소련에 속해있던 동유럽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합니다. 반면에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급격한 체제 변화를 한 동유럽은 그동안 서유럽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서유럽 입장에서도 동유럽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동유럽과 서유럽의 이해관계가 맞기 시작하여 동유럽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관계에서 금융위기가 닥치자 서유럽의 투자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합니다. 서유럽의 투자는 동유럽이 금융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금융위기의 충격은 아래의 표를 통해 확실히 드러납니다.

동유럽 중에서도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유럽연합과 NATO 모두에 안전하게 정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착하지 못한 아르메니아, 조지아,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는 러시아의 위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비롯한 지정학적으로나 국가 규모를 따져봐서 동유럽의 균형을 위해서 중요한 국가였습니다. 유럽연합과 IMF의 가혹한 긴축정책으로 시민들은 시위를 통해 행동에 나섰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크라이나는 IMF와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행동으로 나섭니다.

2월 22~23일 러시아 정부는 행동에 나서기로 결단을 내렸다. 친 러시아계 주민들의 반발과 NATO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준비해두었던 작전 계획을 활용해 2014년 2월 27일 러시아 군대가 크림반도를 장악한 것이다. 며칠 뒤에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더욱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Donetsk)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을 부추겨 중앙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도록 했다. p.690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는 중, 7월 17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반군이 우크라이나의 대형 수송기를 격추시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격추당한 여객기는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로써 298명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과 미국을 분노케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가했습니다. 러시아 또한 보복 조치로 유럽에서 들어오는 농산물 수입과 천연가스 공급을 금지시켰습니다. 거기에 더불어서 우연의 일치로 원유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에서는 "도덕은 사람을 뭉치게도 하고 멀어지게도 한다"라고 말합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정신 못 차릴 때 크림반도 장악을 시작으로 과거 위상 회복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와 원유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는 좌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한 분노를 미국과 서유럽을 향했습니다. 이러한 분노는 과거 냉전시대의 긴장을 불러왔습니다. 휴전으로 잠시 완화되었던 긴장은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크림반도에 열차를 놓으며 지배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여전히 긴장상태에 있습니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미국, 서유럽)의 긴장은 6년이 지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210/98747212/1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와 엄청난 외화보유고를 축적한 중국 또한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옵니다. 중국은 엄청난 성장으로 얻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습니다. 세상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사상인 '중화사상'은 기존의 미국과 유럽의 체제에 불만이 많았죠. 기본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통화인 달러가 기축통화인 것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합니다(그러나 자주 무산됐으며 아직도 기축통화는 달러입니다...).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영향력은 최근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로 인한 홍콩 시위를 무력 진압하면서 지정학적인 긴장감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치이잉 원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중국의 야심에 반발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정치

정치는 경제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자본주의와 맞물려서 작동되는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사람들의 삶은 어려워졌습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2700만 명에서 40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무너졌습니다. 게다가 금융위기를 극복한 미국의 경우도 양극화가 심해졌습니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세금 납부 내역을 바탕으로 계산해본 결과 2009년 이후 경제 회복을 통해 이룬 성장세에서 미국 국민들 중 1퍼센트가 성장으로 인한 혜택의 95퍼센트를 독점했다. p.633
정리해본 각 국가들 정치 스펙트럼

양극화가 심해지자 대중은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시민들은 정치적으로 변하였습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서 구제금융 트로이카(유럽연합과 유럽 중앙은행, IMF)의 긴축정책을 시행 중이던 남유럽은 삶이 힘들어서 혁명을 꿈꾸는 급진좌파가 정부를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 닥친 위기를 자신의 세금으로 도와주기 싫은 독일은 안정적인 체계 아래에서 위기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영국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런던 시티와 그 외 지역의 양극화는 갈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때마침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와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영국 국민들은 반감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유럽연합과 연결로 인해 혜택을 보는 런던 시티와의 양극화와 이민자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거부는 유럽연합을 탈퇴하겠다는 '브렉시트(Brexit)'를 감행합니다.


미국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정부와 연준의 적극적인 부양 정책으로 재정 적자는 심해졌습니다. 이에 미국 공화당은 막대한 재정 지출의 삭감과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을 민영화하길 원했습니다. 정부와 공화당의 갈등으로 재정은 집행되지 않았고, 2013년 10월에는 미국 정부가 연방정부 공무원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해서 셧다운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미국 내에서 정치는 합의가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우파와 좌파의 갈등은 심해져 갑니다.

재앙은 피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벌어진 일들을 있을 법한 상황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공화당 내부의 극우파, 외국인을 혐오하는 국수주의자들, 극보수주의니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 세계관에 전도된 열성파들의 규모는 하원의 10퍼센트를 헤아렸고 이런 강경파가 글로벌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를 마비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었다. p.651

금융위기의 여파는 양극화를 가속화했으며, 미국 하층민의 부는 무역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삶이 어려워진 시민은 자유무역정책을 반대하기 시작했고 미국 우선주의가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지지를 얻고 등장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2015년 도널드 트럼프는 극단적 보수주의를 등에 업고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하며 정치 지형 자체를 바꿔 벌니다. 그는 경제원칙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1970년대의 이른바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정책을 수정해서 들고 나와 공화당을 자극했고 "불법 이민자"들을 몰아내고 산업현장의 일자리를 미국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새로운 지도자를 따라 공화당은 자유무역정책을 모두 다 폐기해버린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부의 자유무역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은 2014년 36퍼센트에서 2년 후인 2016년에는 68퍼센트로 뛰어올랐고 공화당 의원 중에서 자유무역을 여전히 옹호하는 세력은 24퍼센트로 줄어들었다. p.792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에 물건만 팔지 말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 아닌 협박을 하기 시작합니다. 멕시코 국경에는 장벽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2018년에는 중국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America First"였습니다. 이민자를 막고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한 미국 우선주의는 기존의 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책입니다. 양극화와 실직 등을 통한 경제 상황의 어려움으로 삶이 힘들어진 시민들은 극단적인 정치 형태를 보여줬습니다.


붕괴는 또 찾아올까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는 또 찾아올까요? 2015년에 중국에서 붕괴(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흥시장 국가들은 2013년 테이퍼 텐트럼*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 2014년 가을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석유, 가스,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서방측 제재의 영향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유럽과 미국의 성장세가 확연하게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유일한 힘은 중국의 폭풍 같은 성장이었다. 그리고 2015년이 되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2015년 그리스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측이 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의 주식시장도 침체기에 들어섰다. p.832
*테이퍼 텐트럼 - 연준의 양적완화(정식 명칭은 대규모 자산 매입 정책 및 재투자 정책) 중단에 따른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taper)와 이로부터 발생하는 시장의 충격(tantrum)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어다. 당시 연준의 양적완화 중단 발표는 그 자체만으로 국제금융뿐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 상당한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 이에 인도 중앙은행 총재 라구람 라잔은 연준의 중단 결정이 미국과 유럽의 사정만을 고려한 것으로, 이 여파로 신흥국이 어떤 위험에 빠지게 될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p.654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인정받기 시작한 2015년 가을에 위안화의 가치는 급락하면서 시장은 불안해하였습니다. 엄청난 무역 흑자를 내고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국가가 통화위기를 겪을 수 있는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기 충분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게다가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서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인 "캐리 트레이드"방식으로 중국 금융 분야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시작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과거 미국과 유럽이 그랬듯이 하나로 엮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2014년 여름 최대 4조 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7년 초에는 3조 달러로 줄어들었다. 매월 수백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건 대단히 초조하고 조마조마한 일이었지만 결국 어느 정도 선에서 외환보유고는 안정되었다. 2016년 초 국내 수요를 되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재정 부양 조치를 통해 또 다른 신용 호황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과잉 설비가 가장 문제가 되는 중공업 부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 아시아 전역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제조업이 늘어났으며 중국의 막대한 제조업 분야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위협도 수그러들었다. p.838-839

다행히 중국 정부의 조치로 인하여 위기는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붕괴의 조짐은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뒤에는 높은 확률로 불황이 찾아왔습니다 ⓒ fred

작년 8월에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2020년 새해부터 미국과 이란 간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지정학적 긴장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앞으로 정치 또한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1월 11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인 차이잉원이 재선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4월 15일에는 우리나라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며, 11월 3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찬성으로 시작된 브렉시트 최종시한이 1월 31일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으로 격변기인 2020년에 공동체는 뭉칠 것인지 갈라설 것인지 기로에 서있습니다.

ⓒ Remember Now(http://now.rememberapp.co.kr/2019/11/27/5765/)

미국 주식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주가가 기업이익과 유동성에 비해 과대평가되었다는 해석도 있죠. 우리의 정치적·사회적 선택에 따라 붕괴는 찾아올 수도 있고,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막지 못할 수도 있죠. 2020년의 한 해가 지정학적 위기와 극단적인 정치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잘못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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