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애런슨 <나이듦에 관하여>
"흔히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 주는 그림입니다."
"이 세로축은 뭔가요?" 내가 물었다.
사람이 나이 들수록 어떤 면에서 점점 떨어진다는 통념이 우리 사회에 있느냐는 뜻이었다.
"뭐든지요." 교수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면에서 그렇죠."
노인이라는 단어를 듣고 학생들이 주름살, 굽은 허리, 굼뜬 움직임, 대머리, 백발을 떠올렸을 때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쇠약함, 힘이 없음, 기력 없음, 골골 거림이라고 적은 학생도 있었다. (...)
반면에 어르신이라는 표현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지혜로움이라고 했다. 그밖에 존경, 리더십, 경험, 권력, 재력, 지식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70대 중반 이후의 인생이 이렇게 즐거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이고 말이다. (...) 아버지는 아흔넷에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80대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10년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딱 요즘 내 심정처럼 당시의 아버지는 정신세계와 통찰력이 쪼그라들지 않고 정반대로 넓고 깊어진다는 걸 알아챘던 것 같다. 인생을 오래 살았고 타인의 삶에도 두루 감응한 사람만이 이를 수 있는 경지다.
건강한 노년기 혹은 성공적인 노년기라는 말이 유독 자주 들려오는 요즘이다. (...)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젊은 노인과 속까지 시들어 꺼져 가는 진짜 노인을 구분하는 신조어들이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