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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Mar 07. 2020

부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향할까

번스타인 <부의 탄생> X 클린트 로렌 <다가올 10년 세계경제의 내일>

 저번에는 부와 천연자원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돈을 끌어모으는 천연자원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서 경제발전의 축복 또는 저주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제도를 통해서 천연자원으로 얻은 부를 잘 관리한다면 노르웨이처럼 경제발전의 축복이 될 수 있으며, 천연자원에만 의존한다면 베네수엘라처럼 저주가 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gdong2/42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물론 부를 탄생시키는 무형자산(제도) 4가지는 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현대적인 자본시장, 중요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고 사람과 재화를 수송할 능력입니다.

 한 나라의 장기적인 번영과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천연자원도 아니고 문화적 자산도 아니며, 권력 의식이나 경제적·정치적 희생정신도 아니고, 심지어는 군사적 용기도 아닌 제도라는 것이다. 번영에 이르는 길은 네 가지 제도를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제도들 각각의 결여는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는 대문 또는 장벽이었다. 한 나라에 이 네 가지 제도가 모두 갖추어지면, 인간의 비범한 재능과 창조성, 야망에 대한 장벽이 극복된다. 혁신이 무성하게 일어나고 그에 이어 그 나라의 번영이 일어난다.

윌리엄 번스타인 <부의 탄생>

재산권


 주인이 따로 없는 방목장에서는 농부들이 서로 많은 가축을 데리고 나와 방목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그 결과 방목장은 황폐화된다는 '공유지의 비극'은 재산권이 보장되는 제도가 있는 것이 부가 증가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제도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줍니다. 고대 중국은 종이와 나침판, 화약 같은 혁신 기술을 발명했지만 국가가 혁신의 대가를 몰수하며 진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재산권만 보장된다고 부는 저절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고대 아테네 인들과 중세 말기의 보통법을 도입한 영국인들은 확고한 법치와 안전한 재산권을 누렸지만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재산권의 도입은 필수적이었지만 나머지 제도와의 시너지가 없으면 경제성장은 더디었습니다.


과학적 합리주의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생각을 하기 전에도 훌륭한 사람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1600년 경 이전에 그리스인, 로마인, 중국인, 인도인, 유럽인의 철학자들은 정확한 지적인 사고의 틀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훌륭했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스·로마 시대가 저물고 중세의 교회는 지적·과학적 사고를 질식시켰습니다. 부의 축적은 이루어질 수 없었죠. 윌리엄 번스타인은 중세로 인한 그리스·로마 시대의 과학적 합리주의를 향한 발전의 단절이 없었다면 인류의 발전은 한 세기 정도 빨랐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윌리엄 번스타인 <부의 탄생>

 14세기부터 고대를 부흥하고자 하는 움직임인 르네상스는 과학적 합리주의를 부활시켰습니다. 코페르니쿠스부터 핼리까지 과학적 합리주의를 이끈 위대한 사람들은 오늘날의 부의 축적의 기반인 지적인 도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지적인 도구는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오늘날의 지식기반의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자본시장


 발명가와 기업가들이 적절한 인센티브(재산권)와 지적인 도구(과학적 합리주의)를 가졌습니다. 그들의 발명을 더 많은 사람과 시장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금융자본이 필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했습니다.

 16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최초의 주식시장이 나타나며 투자자들에게 자본을 과거보다 저렴하게 공급받기 시작했으며, 19세기에는 기업의 유한책임이 등장하면서 회사가 파산해도 기업가의 도전에 대한 위험부담은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근대 서구의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고 사람과 재화를 수송하는 능력

 자본 흐름의 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신뢰할 만하고 신속한 통신과 이 생산물들을 나라 전역과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로 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송이 존재해야 한다. (...) 역사적인 맥박 속에서 와트의 증기 엔진은 적재량과 속도를 열 배나 증가시켰다. 한 세기 후에는 전신의 마술이 전 지구적 통신을 순간화시켰다.

윌리엄 번스타인 <부의 탄생>

 발명가와 기업가가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요인은 혁신적인 기술과 상품이 자신의 것으로 인정받고(재산권),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지적인 도구(과학적 합리주의)와 개발할 때 필요한 자본을 저렴하게 조달(자본시장)하면서 혁신을 실현시킬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서 통신과 운송의 발전은 혁신을 싸고, 쉽게 이동시키고 전달할 수 있었죠. 부를 축적하는 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반대로 인류는 전염병에 취약해졌습니다.)

윌리엄 번스타인 <부의 탄생>

 현대 경제는 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주의, 운송과 통신 비용의 감소의 4가지 무형자산이 같이 만개하면서 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20세기 이후 산업혁명과 인터넷의 등장, 세계화는 막대한 부를 이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궁금한 것은 앞으로의 경제입니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처럼 폭발적인 경제성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뚜렷해지는 것은 양극화입니다. 클린트 로렌의 <다가올 10년 세계경제의 내일>은 인구학적으로 10년 뒤(2032년)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의 부는 지금도 잘 사는 나라와 부자에게로 흘러갑니다.

클린트 로렌 <다가올 10년 세계경제의 내일>

 아시아 개발도상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인상적이지만 절대 증가액은 북아메리카와 중국, 아시아 부국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또한 북아메리카, 중국, 아시아 부국에서 절반 이상의 소비가 이뤄지는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앞으로의 부의 탄생은 3개 대륙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부자나라 내에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에서 부를 축적하지 못한 하위 90%의 사람들의 부는 중국과 아시아 부국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반면에 부자나라에서 잘 사는 사람들의 부는 폭발적으로 누적되어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은 코끼리 곡선을 나타냅니다.

 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 저렴해진 수송과 운송으로 탄생한 부는 지금 같은 흐름이면 부자에게로 향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제도가 부를 탄생시켰듯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로 불평등이 해결되고, 부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행복하게 해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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