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랑코 밀라노비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코로나 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 19는 호흡기 질환으로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 코, 입의 점막을 통해서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19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다가, 현재는 8,200여 명의 확진자가 있다.
감염자의 비말로 감염되다 보니 사회적으로 사람들끼리 접촉을 꺼리게 되었다.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고, 기업은 자택 근무를 시행한다.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고 있다. 사회의 협력과 신뢰로 움직이는 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구나 원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있다. 전염병을 극복하고 경제 침체처럼 사회적인 부작용을 막는 게 급선무인 지금 코로나 19가 불평등을 완화한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에서는 대규모 전염병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악성 요인과 양성 요인은 아래와 같다. 전염병은 여기서 평균소득이 정체된 사회 속에서 악성 요인에 속한다.
14세기에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흑사병으로 전염병이 불평등을 완화시켰다는 걸 확인해 볼 수 있다. 1620~1650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의 이브레아에서는 흑사병 유행기에 지니계수(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0=완전 평등, 1=완전한 불평등)가 낮아지는 걸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지니계수는 왜 낮아졌는지는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다면 흑사병과 같은 대재앙이 닥쳤을 때 불평등이 감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실질임금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흑사병은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면서 불평등이 완화된 결과를 가져왔다. 자본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인 불평등을 완화하는 대규모 전염병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평균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악성 요인으로 인한 불평등 완화는 파멸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바로 로마제국의 몰락이다.
서로마제국이 약화되고 해체되던 시기는 1인당 실질소득이 소득 불평등과 동시에 감소한 때로 꼽힌다. (...)
고대 로마의 사례는 궁핍화와 불평등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로마제국 당시에는 불평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와 소득 수준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가 일치한다. 얼마 후 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거의 모든 사람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식으로 평등화가 이루어졌다.
평균 소득이 정체될 때 평등해지는 건 다 같이 못살게 되는 길이다.
미래 세대가 우리보다 못 사는 세상은 누구나 꿈꾸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악성 요인으로 인한 평등은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