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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Mar 22. 2020

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 불평등의 역사

브랑코 밀라노비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현대 사회의 성장산업혁명과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도입으로 시작했다. 산업혁명으로 맬서스의 함정(생산성이 인구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여 경제가 정체되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한계를 모르고 성장하는 산업이 만나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자본주의의 시작으로 엄청난 성장을 일궈낸 인류는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 전체가 기아에서 탈출한 것은 아니다. 성장 결실 모두가 나눠가진 것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 불평등이 시작된다. 성장의 열매를 가져간 나라가 있는 반면, 구경조차 하지 못한 나라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어느 나라에 태어나서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느냐가 개개인의 삶에 가장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일례로 국적(시민권)이 평생 소득의 3분의 2를 결정짓는다. 나는 부유한 나라에 태어난 사람들이 누리는 이점을 '시민권 지대'로 부르고자 한다. (...)
 미국인은 콩고가 아닌 미국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93배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브랑코 밀라노비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끝없이 성장하던 세계는 자본주의가 성숙기에 들어서자 불평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성장이 시작되자 불편한 이면을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불평등의 심화는 필연적이면서도 부작용을 낳는다. 자본주의의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기 이전에 자주 언급되거나 필요한 이론인 지니계수와 쿠츠네츠 가설과 파동에 대해서 알아보자.

지니계수 :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다. 빈부격차의 정도를 보여준다. 0은 완전평등을 의미하며 1은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쿠즈네츠 가설 : 미국 경제학자 쿠즈네츠가 내세운 가설로 경제 발전 초기에는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경제 발전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불평등이 완화한다는 가설

쿠즈네츠 파동 : 쿠즈네츠 가설에서 확장한 이론으로 쿠즈네츠 가설이 파동처럼 순환하는 것을 말한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에서는 쿠즈네츠 파동을 주장한다. 불평등을 일정한 주기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적 순간마다 쿠즈네츠 파동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 것일까. 두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아야 한다. 국가 내 불평등과 국가 간 불평등이다. (여기서 국가 내 불평등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 위주의 설명인 것을 참고 바란다.)

과거 : 국가 내 불평등은 완화하는 시기였으며, 국가 간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현재 : 국가 내 불평등은 심화하는 시기이며, 국가 간 불평등은 완화되는 국면에 있다.

미래 : 세계화의 진행으로 국가 내 불평등과 국가 간 불평등이 모두 심화한다.


국가 내 불평등

 국가 내 불평등은 슈퍼스타 효과로 발생하고 심화된다. 슈퍼스타 효과란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1등의 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지만, 2등과 3등의 소득은 1등에 턱 없이 부족한 현상을 말한다. 승자 독식의 사회는 불평등을 심해진다. 이러한 불평등은 위의 코끼리 곡선에서 코끼리 머리 쪽에 위치해있는 '미국과 서유럽에서 쪼그라든 하위 90%'와 코끼리 코가 위로 크게 치솟은 '글로벌 상위 1%'의 차이로 나타난다.

 쿠즈네츠 파동에 의하면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한없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다수의 정치적인 요구와 때로는 폭력으로 불평등이 줄어든다. 앤드류 양이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서 말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주장이 실현된다면 정치적인 요구로 미국의 불평등은 줄어들 것이다.


국가 간 불평등

 국가 간 불평등은 세계화로 완화되었다. 코끼리 몸통을 구성하는 신흥국의 부상은 미국과 서유럽의 선진국의 부를 나눠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은 미국과 서유럽 중하위층에게는 큰 위험이다. 위험을 감지한 선진국의 중하위층 계층은 정치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세계화의 속도는 느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세계화의 진행으로 쿠즈네츠 파동에서 내려가던 국가 간 불평등은 선진국의 정치적 요소로 다시 올라갈 계기가 생겼다.


 불평등의 원인

첫째, 로봇을 비롯한 값싼 기계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전체 소득 중 자본가의 몫이 커진다. 둘째, 자본소득은 소수의 개인들에게 집중된다. 셋째, 같은 사람이 자본소득도 많이 갖고 노동소득도 많이 얻는다. 넷째, 이런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동류혼이 늘어난다. 다섯째,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세제를 비롯한 모든 정책을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꿔놓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교육과 기반시설 투자는 갈수록 줄어든다.

 브랑코 밀라노비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에서 소개한 불평등의 원인 속에서 불평등의 미래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책에서는 불평등이 줄어드 요인으로 악성 요인과 양성 요인을 구분한다. 이는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현대 사회에서 자본이 정치와 연결되면 쿠즈네츠 파동에서 불평등이 완화하는 양성 요인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의 발전은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불리한 기술변화이며, 자본과 정치의 결탁은 교육의 확산을 막을 것이다.

 쿠즈네츠 파동에 의하면 불평등이 심해지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그러나 불평등을 완화하는 양성 요인의 길이 막힌다면 악성 요인으로 불평등을 완화하려고 할 것이며, 사람들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파괴하인류의 성장을 멈출 것이다. 이는 인류 전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다.

 우리는 최근에서야 불평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불편한 현실인 불평등을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의 시작이 불평등을 완화하는 양성 요인을 향하는 길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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