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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Mar 17. 2020

글 쓸 때 감정 들여다보기

글쓰기에 몰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 쓸 때의 감정을 살펴보았다

 글쓰기는 내가 하는 것 중에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다. 독서처럼 외부의 자료를 종합하고 고민하면서 써나간 것들이기에 소중하기도 하다. 소중한 글들이 모두 평소 언행에 녹아서 글쓰기 전에 비해서 실수를 줄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고는 한다. 그만큼 글쓰기는 나에게 생산적인 활동이다.

 글쓰기라는 생산적인 활동을 쉬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고 글쓰기 활동에만 몰입(flow)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하루에 한 시간 글을 쓰면 성공한 날이다. 여유시간이 있더라도, 글을 쓰겠다고 다짐을 해도 글쓰기가 쉽지 않다. 글쓰기를 대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멀었다. 24시간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채우려는 이상과 나태한 현실 속에서 점점 괴로웠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글 쓰는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글쓰기 전, 글을 쓸 때, 쓰고 나서의 감정을 살펴보면 글쓰기에 몰입하는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믿어서다.


 글쓰기 전에는 무기력한 감정이 나를 감싼다. 누워서 유튜브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이처럼 편한 곳이 없다. 직장에서 겪었던 고단함을 핑계로 오늘 하루 글을 안 써도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다. 합리화의 이유에 설득되면 그 날은 글쓰기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침대에서 유튜브만 계속 본다.

 무기력하더라도 글을 쓰는 날이 있다.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나는 날은 생각과 환경에 변화를 준다. '오늘 하루 글 안 써도 괜찮겠지'라는 생각 '그냥 하자'로 바꾼다. 생각의 전환은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게 해 준다. 생각의 전환으로도 무기력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장소를 집에서 카페로 바꾼다. 4천 원의 커피값은 아깝긴 하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해서다.


 글을 쓸 때는 처음에는 괴롭다가 나중에는 즐겁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없는 하얀 여백은 막막하기만 하다. 주제만 정한 상태에서 첫 문구를 무엇으로 시작하며 어떤 내용으로 써 내려갈지 괴롭기만 하다. 쥐어짜 내듯이 계속 생각하다 보면, 주제에 맞게 구성을 짜고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글쓰기는 재밌어진다. 글쓰기의 몰입을 원하는 목표와 글을 써나가는 현실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막힘없이 써 내려갈 때는 즐겁다가도 이내 쓸 문장이 없어 괴로워진다. 괴로움과 즐거운 감정을 왔다 갔다 하며 글을 써나간다.


 글의 '발행' 버튼을 누를 때는 성취감이 온몸을 감싼다. 부족한 글일지라도 매듭을 지었고, 오늘 하루 생산적으로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운이 좋은 날에는 '오늘 할 일' 리스트 중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준다. 이 맛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괴롭게 글을 쓴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많은 사람들 또한 성취감에 글을 쓸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글을 쓰기 전, 글을 쓸 때, 글을 마무리 지을 때의 감정을 살펴보았다. 글쓰기에 몰입해서 하루를 생산적인 활동으로 채우는 이상향에 닿기 위해서는 답이 나온 듯하다. 글쓰기 전에 무기력한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나는 건 생각을 바꾸고 환경을 조성한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30분 동안 엉덩이 무겁게 고민한다. 글쓰기에 약하게나마 몰입하기 시작한다. 몰입이란 버튼이 눌러지면 그 이후에는 자동적으로 목표를 성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쌓여간 글들 중에서 운이 좋은 놈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된다면 그때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글쓰기에 몰입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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