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이 Mar 20. 2020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나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 순간 친절하기는 힘들다. 매번 착하면 사회적으로 이용만 당하는 바보가 되기 쉽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친절할 필요는 있다. 더불어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고 나를 이용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20대 초반이었다.


 20대 초반 대학생 때 자취를 했다.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볼 겸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했었다. 평소와 똑같이 물건 진열하고 청소를 막 마친 새벽 2시 경이였다. 40대 중반처럼 보이는 분이 들어오셨다. 주류 코너로 향하던 중년의 남성 분은 과일주를 20병 가까이 들고 오셨다. 애주가이시겠거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계산을 마치고 중년의 남성은 나가셨다. 여기서 끝났다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고 가치관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아침 6시쯤에 경찰관 2명이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혹시 몇 시간 전에 술을 많이 사간 사람 있었냐며 물어봤다. 있었다고 말하니, 그분께서 집 앞에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술을 사 가지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이사항을 물어보고 CCTV를 돌려 보고는 경찰관은 돌아갔다. 순간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나였다. 돌아가신 분과 나와의 접점은 편의점에서 계산하는 순간 밖에 없었지만, 나의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고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처음 느껴본 감정은 여러 생각을 낳았다. 이러한 생각의 끝은 사람을 만날 때 '친절하고 공감했는가'로 연결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람을 만나는 순간마다 친절하였으며, 상대방 말에 경청을 하며 공감을 했는지 물어보면 '그렇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베풀려고 노력은 했다. 악의가 없는 도와달라는 요청에는 주저 없이 도와주고는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평판은 좋아졌다.


 애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에서는 테이커(Taker), 매처(Matcher), 기버(Giver), 팃포탯(tit for tat)의 4가지 인간관계 유형이 소개된다. 테이커는 호의만 받는 유형, 매처는 호의를 받으면 베푸는 유형, 기버는 베푸는 유형, 팃포탯은 먼저 호의를 베풀지만 배신을 당하면 보복을 하는 유형이다. 이 4가지 인간관계를 가상의 세계에서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팃포탯이 가장 성공했다는 것이다.

 팃포탯의 성공에서 4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먼저 호의를 베풀어라, 2) 뒤통수치지 마라, 3)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신에는 배신으로 대응하라, 4) 잔꾀 부리지 마라


 10년 전 편의점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나라는 특이한 경험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 감정은 여러 생각으로 이어졌고, 고민의 결과는 자연스럽게 팃포탯의 첫 번째 교훈인 '먼저 호의를 베풀어라'를 터득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라도 사람을 만나는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면 잔꾀부리지 않고 호의를 베풀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멋있는 사람은 몰입하는 사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