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이 Mar 25. 2020

직장 선배의 조언에 미처 하지 못한 말

저도 열심히 살고 있고 나름의 계획이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회식이 뜸한 요즘 저녁 회식을 하지 못한 직장선배가 같이 저녁 먹자고 한다. 인사이동과 동시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되면서 식사 한 번 같이 한 적이 없었기에 알겠다고 했다.

 회사에서 직장 선배의 평판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선배는 어김없이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

퇴근하고 여유시간에 자기 계발을 해라
결혼은 언제 할 거니, 빨리 결혼해라

 

 오랜만에 듣는 충고에 정신이 아찔하다. 얼른 대화를 마무리하고 벗어나고 싶었다. 퇴근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결혼 계획은 어떻다느니 상세히 말하면 꼬치꼬치 캐물을까 봐,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킬까 봐 그냥 알았다며 어물쩡 넘어갔다.


 저녁 식사 자리는 직장 선배의 영역이었다. 모두가 선배의 말에 경청하고 동조하는 자리에서 나는 위축되었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인 브런치에서는 선배의 충고에 반박하고 싶다.


퇴근하고 여유시간에 자기 계발을 해라


 배님이 보시기에 장 내에서 업무 성과는 불만족스러울지 몰라도, 퇴근하고 개인적인 자기 계발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독서 2시간, 글쓰기를 3개월 동안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도 꾸준히 글을 업로드하고 있고요. 독서모임을 통해서는 일주일에 1권의 책을 읽고 서평 쓰고 토론도 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기록도 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인 지표를 통해 하루를 열심히 살았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려고요. 선배님이 보시기에는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하지 왜 돈도 안 되는 딴짓을 하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호봉제를 따르는 회사에서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서 '회사에서 성공하겠다'는 큰 자극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읽고, 쓰는 기본적인 것부터 잘하려고 합니다. 기초체력부터 키워놓으려고 고3 때 보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걱정해주시는 마음 감사하지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니, 빨리 결혼해라


 나이가 어떻게 되니, 나중에 육아할 때 체력이 부족해서 힘들더라, 빨리 결혼해라... 미혼에 육아를 해본 적이 없는 저에게 해주신 충고 감사합니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에서 여성이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희생한다면 일정 부분 포기할 수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거나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강압적으로 결혼을 밀어붙이기는 싫어서요. 저는 물론 결혼 상대방도 준비가 되었을 때 천천히 결혼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도 계획이 있으니 믿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말하고 나니 조금 후련하다. 그 자리에서는 직장선배의 말이 꼰대 같아서 다 불편하게 들렸다. 어려운 자리를 벗어나고 차분히 생각해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생산성과 결혼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고민의 결과,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에 아낌없는 충고 앞에 나만의 공간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저도 열심히 살고 있고 나름의 계획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공의 방향을 바로잡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